빚에 시달리는 어려운 이웃 교회가 도와야

입력 2014-07-23 02:28
기독시민단체 운동가들이 21일 열린 부채탕감 토론회에서 부채탕감운동을 독려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한자리에 모였다. 희년함께 제공

“그동안 빨간색, 노란색, 흰색의 통보서(채무변제 최고장)를 받은 것만 라면 상자로 세 상자 분량입니다. 법에는 채권자와 채무자를 대등한 자격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은 채무자에게 너무나 가혹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채무독촉을 받다가 법원의 파산 선고 덕분에 가까스로 채무를 면제받은 이모씨의 증언이다. 21일 서울 중구 퇴계로 열매나눔재단에서 열린 ‘부채탕감 토론회’에서는 이씨가 겪은 채무독촉 사례 발표와 더불어 저소득 신용불량자들의 부채탕감을 위해 교회와 성도들이 동참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모색됐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교회마다 실정에 맞는 희년실천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일례로 교회 형편에 따라 ‘희년기금’을 조성해 교회 성도나 지역민 가운데 저소득층 신용불량자들의 채무변제를 도울 수 있다. 또한 오랜 기간 빚 변제와 채무 독촉으로 전기요금과 의료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이들의 공과금을 대납해주는 방안도 있다. 남 소장은 “지역 교회들이 지역 주민 가운데 전기요금과 의료보험료 연체자를 파악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이미 일부 교회에서 실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희년선교회 부회장인 이문식 목사는 현재 추진 중인 부채탕감운동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정책의 전환이 중장기적 대책이라면 부채탕감운동은 민간 차원에서 신속하고도 긴급하게 절박한 처지에 있는 채무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기독시민운동단체인 ‘희년함께’ 등은 저소득 신용불량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부채탕감운동(본보 6월 30일 30면 보도)을 준비하고 있다.

‘롤링 주빌리’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2012년 미국에서 시민 성금으로 매입한 155억원 규모의 부실 채권을 불태워 없앤 부채타파운동에서 비롯됐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행사에 앞서 7년 이상의 채무 불이행자 99명의 부채 10억원을 탕감하는 부채탕감 세리머니를 가졌다. 이들이 이날 찢어 없앤 채권은 지난 4월 이미 한 차례 ‘한국판 롤링 주빌리’ 행사를 가진 시민단체들이 한 대부업체로부터 기부 받은 부실 채권이다.

발제자로 나선 정종성 백석대 교수는 “성경 속 희년 제도는 우리 사회의 최하위 계층을 보호하려는 종교적 안전장치였다”면서 “빚 탕감운동이 일시적인 처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탐욕을 억제하고 정부의 정책실패를 극복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