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은 희극보다 위대하다’라는 말은 틀림없습니다.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으로 한국사회가 새롭게 태어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본 기독 사립대인 세이가쿠인대 강상중(64·사진) 총장은 세월호 참사 100일을 앞두고 국민일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사회가 이번 참사를 한 단계 성숙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목회적 돌봄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총장은 “비극 앞에서 사람은 냉정해질 수 없다. 그냥 슬프고 괴로운 것”이라고 참사 피해자들을 위로하면서 “희생자 유가족 등 피해자 개개인에 대한 신체·심리적 돌봄과 더불어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그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사고의 당사자가 아닌데도 간접 경험으로 발생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참사에 따른 후유증과 관련해 “3년 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이때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데, 국민 개개인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선동적인 뉴스가 아니라 ‘사실’을 제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성찰과 정부 정책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강 총장은 “(세월호 참사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찬사를 받아온 한국 사회의 번영과 행복의 도식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면서 “특히 북한 위협에만 초점을 두고 모든 자원을 안보 우선으로 집중해온 한국의 정책이 일상생활의 리스크(위기) 관리 부분과도 균형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지난 4월 대학 총장직을 맡은 그는 “기독교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무한히 깊은 사랑”이라며 “이웃과 더불어 사랑과 슬픔, 괴로움을 나누는 ‘사랑의 그릇’으로서의 대학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한국 신학대들과의 교류는 이제 막 시작됐다”면서 “동북아시아 대학들과도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 총장은 재일교포 2세인 정치학자다.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그는 ‘재일교포의 자존심’으로 불리고 있다. 2009년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외아들의 죽음에 이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이후 불안과 좌절,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담은 저서 ‘살아야 하는 이유’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비극은 희극보다 위대 세월호 아픔 겪은 한국 더 성숙해지는 계기되길”
입력 2014-07-23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