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세상에 방사능에 맞서 싸워 이기는 법이 있을까요? 아마 없겠죠.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라면 몸의 면역력을 키운 뒤 이겨낼 수 있겠지만 방사능은 그런 대상이 아닙니다.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건 어린이라도 잘 알 텐데요.
그런데 일본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동일본대지진 직후 원전 사고로 최악의 피해를 본 후쿠시마시가 황당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일본 네티즌들을 한숨짓게 만든 캠페인이 무엇인지 한 번 보시죠.
22일 일본 매체 뉴스아메바 등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시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방사능에 지지 않는 몸을 만들자’는 페이지를 공개했습니다.
해당 페이지에는 암을 일으키기 쉬운 생활습관을 피폭량과 비교한 정보가 나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매일 3홉(540㎖) 이상 음주하는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1.6배 암에 걸릴 위험이 높고 이는 2000m㏜의 피폭량에 상당하는 수치’라거나 ‘비만(BMI 30 이상)인 사람은 1.22배 암에 걸릴 위험이 높으며 이는 200∼500m㏜의 피폭량과 같다’는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음주나 비만으로 인한 암 발병의 위험성을 방사선 피폭량과 비교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방사능의 위험성을 알기 쉽게 표현하려고 그랬을까요?
더 기가 막힌 내용도 있습니다. 후쿠시마시는 방사능에 지지 않는 식습관과 생활습관도 제시했는데요. 우선 식습관을 보면 ‘식품을 선택할 때에는 (방사능 오염) 산지 것이 아닌지 확인하고 텃밭에서 채취한 작물은 제대로 검사를 하라’ ‘섬유질이나 발효식품 등을 먹고 용변을 잘해 신속하게 배설하라’는 안내가 나와 있습니다.
또 균형 잡힌 식생활을 유지하고 시간을 맞춰 간식을 섭취하며, 항산화 비타민 등을 매일 보충하고 꼭꼭 씹어 아침을 먹으라는 식의 안내가 돼있네요.
생활습관 페이지에서는 일찍 잠을 자고 적당한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창문을 열어 실내 환기를 시키고 세탁물은 햇볕에 말리며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꼭 양치질을 하라는 식의 조언이 들어 있습니다.
일본 네티즌들은 후쿠시마시의 캠페인에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여보세요, 그건 방사능이에요. 무슨 바이러스도 아니고 지거나 이기는 문제가 아니라고요.” “방사능에 지지 않는 몸이라고? 정부가 무슨 주술사입니까? 하하 ㅠㅠ.” “후쿠시마시 공무원들의 뇌가 방사능에 오염된 듯.”
사실 후쿠시마시의 황당 캠페인에 웃을 수만은 없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한지 100일이 되도록 제대로 원인 규명이나 대처를 못하는 우리 정부가 오버랩 돼서 말이죠.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친절한 쿡기자] “방사능 이기자?”日 황당 캠페인
입력 2014-07-23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