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바울의 단독(單獨)

입력 2014-07-23 02:02

노사도인 바울이 로마 옥사에 갇혀 죽음이 조석으로 다가오고 있을 때, 아들 같은 디모데에게 “멀리 바다 건너 드로아에 있는 옛 친구의 집에 있는 겉옷을 가지고 오라”고 당부한 적이 있습니다. 하찮은 일 같이 생각되지만, 이 한마디의 말이 실로 귀한 일언(一言)입니다.

바울이 로마에 갇혀 있을 때 그 주변에는 귀족도 있고 부호도 있으며 많은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따뜻한 겉옷으로 위로해 주는 자가 한 사람도 없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바울은 단독 전도 30년을 마감하고 자신을 돌아봤을 때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마지막에는 친구들까지 모두 그를 버린 것을 알았습니다. 이 모습이 사도 바울의 최후이고 복음을 위해 산 자의 생애가 아니고 무엇인가요.

우리가 신앙을 위해 재산과 생명을 걸어야 한다고 할 때 최후까지 함께 남아 있는 자는 얼마나 될까요. “네가 올 때에 내가 드로아 가보의 집에 둔 겉옷을 가지고 오고 또 책은 특별히 가죽 종이에 쓴 것을 가져오라.”(딤후 4:13)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데 저 귀한 노사도가 몸에 두를 겉옷이 없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 말은 바울의 최후 심정을 알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일언입니다. 이 후로 복음을 위해 박해를 받고 외롭게 사는 자들이 이 말씀으로 위로를 받습니다.

성서무오설을 주장한 영국 학자 홀데인은 “바울은 바야흐로 이 세상의 황제로부터 목을 베이고 저 세상의 왕으로 받아들여지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세상에서는 그의 늙은 몸에 걸쳐야 할 겉옷 한 벌도 없지만, 이제 입으려고 하는 옷은 영광의 옷이기 때문에 육의 일로 인해 걱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옳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믿고 영광을 바라면서 사는 자는 하나님이 주시는 의식(衣食)에 대해 만족하고 감사해야 합니다. 지금 바울은 홀로 옥사에 있습니다. 바울 주위에는 누가 외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주위에 있던 동역자들이 세상으로 가기도 하고, 자기 일을 위해 떠나갔습니다. 그가 재판을 받을 때 누구 하나 변호해 주지 않고 모두 떠나간 것입니다. 이 냉혹한 상황은 바울시대나 오늘날이나 똑같이 계속됩니다.

일생을 목회했는데도 불구하고 늙어 교회를 그만두면 주위에 많던 친구나 동지들이 떠나가고 나 홀로 있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바울은 홀로 재판정에 서 있었지만 단독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말하기를 “주는 내 곁에 계시고 나를 격려하셨다”고 했습니다. “주께서 내 곁에 서서 나에게 힘을 주심은 나로 말미암아 선포된 말씀이 온전히 전파되어 모든 이방인이 듣게 하려 하심이니 내가 사자의 입에서 건짐을 받았느니라.”(딤후 4:17) 바울의 단독은 단독이 아니었습니다. 크신 변호사, 크신 위로자가 항상 그 곁에 앉아 계셨습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떠나간다 해도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사람이 떠나가면 주께서 오십니다. 사람이 없는 곳에 주님이 계십니다. 사람이 우리를 떠남은 나로 하여금 주와 함께하시기 위해서입니다. 오늘날 세상은 너무나 요란하고 시끄럽습니다. 세상도 시끄럽고 교회도 교단도 시끄럽습니다. 나의 단독을 외로워하지 맙시다. 오히려 이 고요함을 자랑합시다. 목회자가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에 귀를 내주어, 고요한 중에 주시는 주님의 음성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슬퍼해야 합니다.

순복음부천교회 차군규 목사(국제독립교회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