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평화를 위한 공생의 길] 박종순 숭실공생복지재단 이사장 “세계 고아의 날 제정을…”

입력 2014-07-23 02:42

“대한민국 아이들뿐 아니라 세계를 둘러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 재단이 추구하는 ‘공생’입니다.”

박종순(74·사진) 숭실공생복지재단 이사장은 22일 재단의 비전을 이같이 설명했다. 숭실공생복지재단은 고 윤치호 전도사와 그의 부인인 일본인 여교사 고 윤학자(다우치 시즈코) 여사가 1928년 전남 목포에 ‘공생원’을 세워 고아들을 가족처럼 돌봤던 데서 출발했다. 박 이사장은 “양국 남녀의 사랑은 곧 고난의 길이었던 일제침략기에 윤 전도사 부부는 한국인으로도, 일본인으로도 불리지 못하고 핍박받으면서도 정치와 이념을 넘어 사랑의 가치를 실천했다”며 “이 역사적 가치와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게 바로 공생”이라고 말했다.

숭실공생복지재단은 소외된 이웃과 한 가족이 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꿈꾼다. 아동복지사업에서 출발해 국내외에서 인재육성, 노인·장애인 복지, 지역개발 사업 등을 진행해 왔고 이제 ‘공생가족기금’ 조성에 나섰다. 기금은 재일(在日) 노인들을 위한 양로원 건립과 유엔 ‘세계 고아의 날’ 제정 운동 등에 쓰일 예정이다. 박 이사장은 “고아, 과부, 버림받은 사람, 병들고 가난한 사람을 도우라는 성경말씀이 우리의 뿌리”라고 설명했다.

특히 재단은 세계 고아의 날 제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재단을 중심으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박 이사장(충신교회 목사), 김동수 전 숭실대 명예교수 등이 지난 5월 세계 고아의 날 제정을 위한 한국위원회를 결성했다. 박 이사장은 “공생원이 세워진 뒤 86년이 흘렀지만 세계 곳곳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버려지고 있다”며 “유엔 세계 고아의 날 제정을 통해 고아 없는 세상에 한발 더 다가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10월에 열리는 관련 포럼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2016년 제정 청원 제출, 2017년 기구 발족의 목표를 이루기가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박 이사장은 “일본 단체와 꾸준한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많은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양국 단체 간 협력이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염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재단의 사업이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한·일 양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 전문가들과 이사진이 모여 한·일 관계 및 재단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도 가졌다. 박 이사장은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한·일 복지제도를 이해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일은 정치와는 별개로 생각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면서 “우리 재단의 작은 꿈틀거림이 양국의 엉킨 매듭을 푸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