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의 특파원 활동을 위해 중국에 도착했을 때 마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국을 방문 중이었다. 시 주석 방한과 동시에 스마트폰과 거의 동일시될 정도로 항상 사용하던 ‘카카오톡’이 먹통이 됐다. 난감했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와 관련됐다는 설과 함께 중국의 토종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도 들렸다. 구글 서비스를 차단할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가 차단했을 것이라는 추측만 무성할 뿐 명쾌한 설명은 없었다.
중국에서 외국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수속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겪는 공무원의 고압적인 자세는 익히 알려져 있다. 한 가지만 소개하면 거류비자를 신청할 때 일이다. 중국 공안국 출입국관리소에 제출하는 서류는 아주 많다. 그 가운데 거주지 파출소에서 임시로 받는 ‘주숙등기(임시거주증)’라는 것이 있다. 해당 입국일의 말일이 유효기간이다. 하필 파출소 경찰이 찍은 확인 도장이 유효기간 날짜 ‘20140731’의 ‘7(월)’을 가렸다. 출입국관리소 경찰은 다시 받아오라고 했다. 도착날짜가 ‘20140702’로 돼 있으니 당연히 가려진 곳이 ‘7’이 아니겠냐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주숙등기를 다시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중국에 대한 첫인상은 ‘오만’이라는 단어로 갈음할 수 있다. 중남미 순방 길에 오른 시 주석은 지난 19일 아르헨티나를 방문했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 방문 동안 남대서양 포클랜드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영유권에 지지를 표했다고 밝혔다. 옳고 그름을 떠나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뜨겁게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편의 손을 들어준다는 것은 상당한 결례이자 오만이다. 유엔도 대화로 풀라고 권유하는 마당에 말이다.
중국 지도부의 외교적 행보를 보면 나만이 옳다는 ‘오만’에 ‘억지’와 ‘뻔뻔함’마저 느껴진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에는 ‘침략 DNA’가 없다는 주장이다. 시 주석은 지난 6월 ‘평화공존 5개항 원칙’ 발표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중국인 DNA에는 패권주의와 군국주의 유전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주변국과의 영토분쟁으로 인해 커지고 있는 ‘중국패권론’에 대한 우려를 반박하는 발언이다. 리커창 총리도 이후 영국 방문 중에 같은 말을 했다.
중국에 침략 DNA가 없다는 주장이 거짓임은 중국의 역사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중국 최초로 통일국가를 이룩한 진시황 이후 끊임없이 확대된 오늘날의 중국 영토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신장위구르나 티베트 지역의 독립 열기는 또 어떤가.
중국은 주나라 때부터 천자(天子)가 천명(天命)을 받아 천하(天下)를 다스린다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중국은 ‘천하일국’의 세계관을 실현하기 위해 주변국에 압력을 가했고 때론 무력 정벌에 나섰다. 과거 조선도 그 피해국 중 하나다. 시 주석은 집권 후 비전을 ‘중국몽(中國夢)’으로 정리하고 강조하고 있다. 중화민족 부흥을 통해 중국을 세계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과거 잃어버린 청나라 왕조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곧 추월한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이제 그 경제력을 바탕으로 지난 세기 호령했던 미국의 힘을 누르겠다는 구상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부정적인 사람이 많다. 진정한 힘은 두려움이 아니라 존경에서 나온다. 중국의 첫인상이 특파원 임기를 마치는 3년 뒤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자못궁금하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특파원 코너-맹경환] 중국의 오만과 뻔뻔함
입력 2014-07-23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