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 여배우 원조 트로이카는 문희(67)-남정임(사망)-윤정희(70)다. 1960년대 중반 국내 영화는 제작 편수가 연간 200편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기존 배우들로는 영화를 소화할 수 없었다.
그래서 충무로가 내건 아이디어가 신인 여배우 공모였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거액의 상금이 내걸렸다. 이렇게 해서 65년 영화 ‘흑맥’에 문희, 66년 ‘유정’에 남정임, 67년 ‘청춘극장’에 윤정희가 각각 데뷔하면서 1세대 트로이카 체제가 형성됐다. 7년 동안 무려 280여편에 출연했던 이들은 결혼과 함께 찬란한 시대를 접었다. 71년 남정임과 문희가 결혼한 데 이어 75년에는 윤정희가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혼인을 맺으면서 화려했던 시절을 마감했다.
트로이카 2세대는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정윤희(60)-장미희(58)-유지인(56)이 구축했다. 정윤희는 귀여운 매력의 남정임을 떠올리게 했고 장미희는 도도하면서 세련된 이미지의 윤정희를, 유지인은 서구적 매력의 문희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들 3인방은 원조 트로이카의 매력을 그대로 물려받으며 스크린을 화려하게 빛냈다.
이 중 파란만장한 삶을 이어간 여배우는 단연 정윤희였다. 정윤희는 21세 때인 75년 이경태 감독의 ‘욕망’에서 당당히 주연을 꿰차며 연예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큰 눈망울과 관능적인 도톰한 입술, 오뚝한 코 등 인형 같은 외모로 청순함과 요염한 매력을 동시에 발산했다.
그는 1년에 서너 편의 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며 인기몰이를 하다 78년 ‘꽃순이를 아시나요’와 ‘77번 아가씨’에서 술집여자 역을 연기하며 ‘술집 출신’이라는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어 80년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와 81년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하지만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84년 12월 여덟살 차이가 나는 중앙건설 조규영 대표이사와 결혼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 조 대표는 두 자녀를 두고 있던 이혼남이어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런 그가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올해 환갑을 맞아 특별 한정판 LP가 출시됐기 때문이다. 골수팬이 77년과 79년 정윤희가 직접 취입한 두 장의 희귀 앨범 수록곡 8곡을 하나의 앨범에 담아 LP를 내놓은 것이다. 당대 최고의 미모로 스크린을 수놓은 여배우에 대한 노스탤지어. 30년 만에 목소리로 부활한 그의 인기가 여전한 것 같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한마당-김준동] 여배우 정윤희
입력 2014-07-23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