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도시 목포의 야경은 유행가 가사처럼 애잔하다. ‘비 내리는 호남선’의 종착역인 목포역 플랫폼의 가로등 불빛은 이제는 서로 남이 된 연인들의 이별가처럼 쓸쓸하다. 평화광장 앞바다에서 춤추는 바다분수의 오색 물줄기와 어둠으로 채색된 목포항을 오가는 작은 어선들의 궤적은 ‘목포의 눈물’과 ‘목포는 항구다’를 부른 이난영의 애잔한 목소리 때문인지 서럽도록 흐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손인호가 부른 ‘비 내리는 호남선’ 때문일까? 아니면 김수희의 ‘남행열차’ 탓일까? 야간열차 차창 빗방울이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흘러내릴 때마다 목포행 마지막 열차를 탄 나그네들의 가슴은 괜스레 시려온다. 하지만 목포역 플랫폼에 장승처럼 서있는 가로등의 환송을 받으며 역사를 빠져나오는 순간 루미나리에 거리의 화려한 불빛에 울적해진 마음이 환해진다.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목포역전도 어둠에 물든 밤이 더 화려하다. 목포역 앞 구도심의 루미나리에 거리는 목포 야경투어의 출발점이다. 유달산 아래 오거리를 중심으로 한 구도심은 일제강점기부터 관공서가 들어선 목포 최고의 번화가였다. 하지만 평화광장을 중심으로 한 하당지구 신도시에 옛 영광을 넘겨주고 지금은 추억을 반추하는 허름한 건물들이 빛의 터널 속에서 재기를 꿈꾸고 있다.
목포는 예향이다. 한국 남종화의 거장 남농 허건(1907∼1987)이 전시회를 열었던 곳 같은 추억의 옛 다방이 루미나리에 거리에는 아직 남아있다. 문화공간이 없던 당시에는 다방 마담이 큐레이터이자 도슨트 역할을 했다. 남농이 전시회를 열었던 초원다방은 간판만 남은 채 지난해 문을 닫았고, 목원다방은 리모델링을 거쳐 현대식 커피전문점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지금도 마담이 커피를 타주는 옛 다방 10여 곳이 뱃사람들로 인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오거리에서 유달산 기슭의 노적봉을 향해 쉬엄쉬엄 걷다보면 죽교동 좁은 골목길을 비추는 가로등 불빛이 쓸쓸하다. 해무가 끼는 날에는 가로등과 창문으로 새는 불빛이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골목 끝에서 만나는 노적봉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봉우리에 이엉을 덮어 군량미로 가장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거대한 바위봉우리다. 야경이 황홀하다.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목포는 해가 지고 나면 한 폭의 채색화로 거듭난다. 목포 야경은 유달산 능선을 따라 세워진 대학루, 달선각, 유선각, 관운각, 소요정 등 다섯 개의 누정과 마당바위, 일등봉, 이등봉 등 산봉우리가 감상 포인트이다. 특히 달선각과 유선각은 유달산 입구에서 가깝고 삼학도를 비롯한 목포 앞바다와 시가지 야경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인공 건축물과 빛이 만들어내는 야경에도 품격이 있다. 야경은 완전히 깜깜한 밤보다 푸른 하늘이 돋보이는 일몰 직후가 가장 아름답다. 그 중 일출 직전과 일몰 직후에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매직아워의 야경이 가장 황홀하다. 특히 유달산에서 보는 노적봉과 삼학도의 매직아워 야경은 푸른 도화지에 색색의 물감으로 점묘화를 그린 듯해 전국 항구도시를 대표하는 야경으로 꼽힌다.
목포대교 너머로 해가 지면 유달산과 삼학도를 둘러싼 경관조명을 비롯해 목포 남항에 정박 중인 어선들이 하나 둘 불을 밝힌다.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로 유명해진 삼학도는 대삼학도, 중삼학도, 소삼학도로 이뤄진 전설의 섬이다. 하지만 1950년대 섬 외곽에 둑을 쌓고 바다를 매립해 경관이 망가졌다.
그러나 목포시가 세 개의 섬을 연결하는 2242m 길이의 수로를 만들고 바닷물이 드나들게 함으로써 삼학도는 예전의 섬으로 복원됐다. 섬과 섬 사이에는 10개의 다리와 산책로가 만들어져 시민들의 휴식처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목포어린이바다과학관과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이 들어서고 목포해양문화축제 등 굵직한 행사가 열리면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목포 앞바다에 한마리 용처럼 길게 누운 고하도와 목포대교의 야경은 일등봉에서 가장 화려하게 보인다. 우리나라 최초의 육지면 재배지인 고하도는 1.78㎢의 조그만 섬이지만 해안선 길이가 10.7㎞에 이를 정도로 길쭉해 목포 앞바다를 파도로부터 막아주는 역할을 하다. 이 고하도를 수놓은 경관조명과 북항과 고하도를 연결하는 총연장 4129m의 목포대교 경관조명이 연출하는 야경은 한 폭의 유화를 보는 듯하다. 고하도와 목포대교 야경이 더 가까이서 보이는 북항 인근의 신안비치호텔 앞 산책로는 목포의 여느 시가지보다 호젓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목포의 야경은 상동 갓바위와 ‘춤추는 바다 분수’에서 완성된다. 천연기념물 제500호로 지정된 갓바위는 두 사람이 나란히 삿갓을 쓰고 서 있는 모습의 기이한 바위이다. 바다 위에 설치한 보행교에서 보면 경관조명으로 노랗게 물든 갓바위와 잔잔한 수면에 비친 반영이 이색적이다.
바다가 칠흑처럼 어두워지면 ‘춤추는 바다분수’가 감미로운 선율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항구도시 목포와 삼학도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수백 개의 노즐에서 쏘아 올려진 물줄기의 최대 높이는 70m. 레이저와 물줄기가 오색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수면에서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선율에 맞춰 혹은 흐느끼듯 혹은 속삭이듯 황홀한 춤을 선보이며 한여름 밤바다의 낭만을 연출한다.
목포=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夜! 해가 지면 더 눈부신 목포… 한여름 밤 황홀경 파노라마
입력 2014-07-24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