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도피 중 자필메모

입력 2014-07-22 04:52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지난 4월 23일 금수원을 떠나 도피 생활을 하면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자필 메모가 공개됐다. 한 주간지는 A4용지 31쪽 분량의 메모를 입수해 21일 보도했다. 글은 유 전 회장이 전남 순천 등지를 떠돌던 5월 말에서 6월 초에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은 거울에 비춰봐야만 해석이 가능하도록 거꾸로 쓰여 있다. 유 전 회장은 1991년 상습사기 혐의로 4년간 복역한 뒤 이런 글쓰기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필 메모에는 유 전 회장 자신이 음모에 빠졌다는 생각과 정부, 언론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다고 한다. 그는 “가녀리고 가냘픈 大(대)가 太(태)풍을 남자처럼 일으키지는 않았을 거야.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인 남자들이 저지른 바람일 거야. 과잉 충성스런 보필 방식일 거야” “아무리 생각을 좋게 가지려 해도 뭔가 미심쩍은 크고 작은 의문들이 긴 꼬리 작은 꼬리에 여운이…”라고 적었다. ‘대(大)는 박근혜 대통령을,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진을 뜻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 전 회장은 “하도 많은 거짓말들을 위시해서 미쳐 날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설쳐대는 거짓소리들을 내고…훗날 그 사람 꼭 만나서 정신오염 좀 씻겨주고 싶었다” 등으로 언론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또 “눈 감고 팔 벌려 요리조리 찾는다. 나 여기 선 줄 모르고 요리조리 찾는다”며 자신을 추적하는 검찰을 조롱하는 듯한 글귀도 남겼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메모는 유 전 회장과 함께 도피하던 측근 신모씨 집에서 압수해 법원에 범인도피 혐의의 증거로 제출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