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하는 첫 자율형 사립고(자사고)가 경기도에서 나오자 서울 지역 자사고들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도교육청이 ‘입시 명문’ 안산동산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전국 49개 자사고의 절반이 몰려 있는 서울 지역으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안산동산고는 비평준화고교로 우수 학생을 확보해 왔고, 고교평준화가 시행되기 직전인 2010년에는 자사고로 전환해 평준화를 비켜갔다. 서울대 합격률 등 이른바 ‘명문대 진학률’이 전국 자사고 중에서는 1, 2위를 다투는 학교였다. 자연스럽게 주변 일반고 슬럼화에 일조했다는 원성을 샀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자사고 도입 직후인 2011년 자사고 내신 문제를 분석한 결과 안산동산고는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학교’로 분류됐다. 사걱세 안상진 부소장은 21일 “안산동산고는 학생들이 사교육 등의 도움으로 선행학습을 받아야만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선행학습이나 심화과정으로 교과 과정이 운영되다 보니 주변 일반계 고등학교의 박탈감을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서열화 폐지’를 주장하는 진보 성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수술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교조 경기지부 김영후 사무처장은 “비평준 고교 시절부터 안산동산고에 우수 학생이 몰리다 보니 주변 일반계 고교의 박탈감이 심했다”며 “재지정 취소 처분은 주변 일반계 고교에 미치는 ‘공교육 영향평가’ 등이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고 축소·폐지 정책을 추진 중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집단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서울 지역 25개 자사고 교장들로 구성된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연합회)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지원 방침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자사고 일반고 전환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함과 동시에 재지정 취소 시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이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에 최대 14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서울지역 자사고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연합회는 조 교육감 취임 이후 실시된 자사고 2차 평가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2차 평가 때 실시된 ‘공교육 영향평가’ 3개 문항은 자사고의 존폐를 주변 일반고에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반발했다. 당초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비인기 자사고는 일반고 전환을 희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었다. 하지만 연합회 측은 자사고 25개교가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앞서 25개 교장들이 모인 비공개 회의에서도 일반고 전환 의사를 밝힌 학교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회는 다음 달 13일로 예정된 시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발표를 지켜본 뒤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재지정 취소 근거가 ‘2차 평가’일 경우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서울 25개 자사고 “일반고 전환은 포퓰리즘” 강력 반발
입력 2014-07-22 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