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제작비 170억원. 두 영화의 공통점은 올여름 극장가 성수기를 노리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액션 사극이라는 것이다. 23일과 30일, 일주일 간격을 두고 나란히 개봉하는 ‘군도: 민란의 시대’와 ‘명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두 영화의 장단점을 키워드 중심으로 살펴본다. 두 영화 모두 15세 이상 관람가이고 러닝타임은 ‘군도’가 137분, ‘명량’이 128분이다.
# 오락영화 두 감독, 전작 흥행 이어갈까
‘군도’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로 470만명을 모은 윤종빈(35) 감독이, ‘명량’은 ‘최종병기 활’(2011)로 740만명을 기록한 김한민(45) 감독이 연출했다. 두 감독은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각기 전작에서 특색 있는 액션으로 관객몰이에 성공한 두 감독이어서 이번 영화도 흥행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감독은 “이성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영화가 아닌 심장이 뛰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어릴 적 극장에서 보면서 나도 모르게 심장박동이 빨라졌던 영화들. 액션이든, 웨스턴이든, 무협영화든 이들이 안겨주는 쾌감의 실체는 액션 활극이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윤 감독의 의중이 십분 발휘됐다. 무협지와 서부극의 재미를 적절하게 배치해 시종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 감독은 “어떻게 12척이 330척과 싸울 수 있었을까, 승리할 수 있었을까, 궁금증과 호기심에서 영화는 시작됐다. 두려움에 맞섰던 이순신의 기적 같은 승리가 오늘날 우리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되기를,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러닝타임의 절반가량인 61분 동안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해상 전투장면과 그 이면에 숨어있는 극적인 이야기는 감독의 의도대로 눈을 떼기 어려웠다.
# 투 톱 주연배우의 긴박감 넘치는 대결
‘군도’의 시대배경은 양반과 탐관오리들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13년(1862).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적 떼의 중심에 백정 출신 도치가 있고, 백성들을 핍박하는 인물은 양반 서자 출신의 조윤이 있다. 상반된 두 캐릭터는 하정우와 강동원이 맡았다. ‘범죄와의 전쟁’에 이어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 하정우, 악랄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강동원의 대결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명량’의 시대배경은 오랜 전쟁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임진왜란 6년(1597). 무서운 속도로 북상하는 왜군에 의해 국가안위가 위태로워지자 누명을 쓰고 파면 당했던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다. 최민식의 이순신 역할은 그가 왜 국민배우인지 증명했다. 냉혹한 왜군 용병 구루지마를 연기한 류승룡은 ‘최종병기 활’의 청나라 장수보다 카리스마가 다소 약해보이지만 강렬한 눈빛은 여전했다.
조진웅은 ‘군도’에서는 탁월한 언변으로 의적 떼의 각종 작전을 짜는 전략가 태기를, ‘명량’에서는 한산대첩에서 이순신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한 왜군 장수 와키자카를 맡았다. ‘빛나는 조연’ 조진웅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것도 재미다. ‘군도’에는 이성민 이경영 마동석 정만식 김성균 윤지혜, ‘명량’에는 김명곤 진구 노민우 이정현 권율 김태훈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볼거리를 선사한다.
# 사극의 고정관념을 깨다
‘군도’는 조선후기의 사회상을 고발하지만 전통적인 사극이나 시대극 스타일이 아니다. 윤 감독이 좋아하는 영화의 여러 장면을 영리하게 패러디한 ‘액션 활극’이다. 먼지 풀풀 나는 광야에서 말 달리는 장면과 함께 경쾌한 음악을 들려주는 대목은 서부영화 ‘황야의 무법자’와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떠올리게 했다. 또 하정우와 강동원이 대숲에서 싸우는 장면은 대만 출신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 강동원이 머리카락을 날리며 서늘한 눈빛을 보여주는 대목에서는 왕쭈셴(왕조현) 주연의 홍콩영화 ‘천녀유혼’이 연상되기도 했다.
‘명량’의 음악은 박진감 넘치는 브라스 선율과 섬세하고 유려한 피아노 음악에 웅장한 오케스트라까지 다양하다. 이순신의 고뇌와 정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쟁의 흐름에 따라 드라마틱하게 들려준다. 해상 전투의 중심이 되는 조선 판옥선의 생생한 묘사를 위해 30m 길이의 실물을 건조했다. 이순신 장군의 갑옷도 서애 유성룡이 기록한 철갑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 만들었다. ‘최종병기 활’이 병자호란을 활이라는 구체적인 무기를 중심으로 펼쳐낸 이야기라면, ‘명량’은 드라마와 캐릭터, 액션과 볼거리가 집약된 업그레이드된 ‘전쟁 액션’이라 할 수 있겠다.
# ‘백성’이라는 주제의식과 그 한계
‘군도’가 내세우는 주제는 “뭉치면 백성, 흩어지면 도적” “망할 세상, 백성을 구하라”이다. ‘명량’에서는 “두려움에 맞서는 자, 역사를 바꿀 것이다”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고,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다”라고 외친다. 내란이든 외침이든 힘든 싸움은 의적 떼와 장수들이 벌이지만 정의 또는 우리 편이 승리하기까지 민초 내지 백성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두 영화는 말한다.
하지만 곤궁한 민초들의 삶을 리얼하게 드러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군도’는 화려한 액션과 미장센(화면구성)으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시대를 다채롭게 담아냈다고 보기 어려웠다. 막판 다소 늘어지는 듯한 이야기 흐름도 아쉽다. ‘명량’ 역시 수중전투 장면은 압권이지만 영웅 이순신의 인간적인 고뇌와 당시 시대상황을 좀더 설득력 있게 끌어내지 못했다.
윤 감독이나 김 감독이 자신만의 새로운 스타일을 개척했거나 시대를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군도’에서 시대배경과 인물에 대한 설명을 자막 대신 내레이션으로 처리한 것은 웃음 나게 하지만 너무 많아 나중에는 지루해졌다. 유머 없이 너무나 진지하게 전개되는 ‘명량’은 젊은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일 듯하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무더위 날릴 액션 사극이 온다… 2014년 여름 최고의 화제작 한국형 블록버스터 ‘군도’·‘명량’
입력 2014-07-23 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