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중징계 위기상황 속 취임 1주년… 직원 다독이는 KB 이건호 행장

입력 2014-07-22 03:19

“KB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자랑스러운 꿈의 직장을 이룩하기 위해 함께 나아가자”는 일성으로 임기를 시작한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떠들썩한 자리를 마련하는 대신 이 행장은 21일 전 직원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로 1주년 인사를 전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1년 동안 도쿄지점 부실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사고,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주전산기 교체 갈등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KB 직원들의 자긍심이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이 행장은 “은행 역사상 전례가 없는 위기 상황을 맞이했지만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잘 극복했다”며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이 불어 가지가 흔들려도 본체는 굳건히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로 소회를 전했다.

또 “아직 모든 상황이 매듭지어지진 않았으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면서 국민은행의 저력을 확인했기에 어떤 난관도 이겨나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며 직원들을 다독였다. 상반기 내내 어려움에 시달렸음에도 25일 발표 예정인 2분기 영업실적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제재심의 결론이 자꾸 늦어지면서 경영 공백이 커졌다. 당장 2년 남은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 행장은 주전산기 교체 관련 내부통제 부실과 도쿄지점 부실대출 비리 등으로 중징계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26일부터 지금까지 3차례 제재심의위원회를 찾아 소명했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다른 은행들은 하반기 경영전략을 짜고 인사를 내는 등 준비에 나서고 있지만 국민은행은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이 행장의 거취가 달라질 수 있어 행보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중징계가 확정되더라도 당장 사퇴할 의무는 없다. 다만 지금까지 대다수 최고경영자들이 중징계 처분을 받고 자리를 떠난 점이 부담이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