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통상임금’이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면서 산업계의 노사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는 대법원 판결로 대기업의 절반가량은 이미 임단협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강력하게 막고 있는 기업 측 전선에 균열이 생겼다. 한국GM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겠다고 노동조합에 제안하면서다. 파장은 자동차업계는 물론 조선·철강업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상위 300대 기업(123개 기업 응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임단협이 지난해보다 어렵다고 답한 기업이 46.3%에 이른다고 21일 밝혔다. 교섭이 힘든 이유로는 노조의 통상임금 범위 확대 요구(77.2%)가 압도적으로 꼽혔다. 높은 임금인상·복지수준 확대 요구(15.8%), 근로시간 단축 및 임금보전 요구(14.0%), 정년연장 조기도입 요구(12.3%)가 뒤를 이었다.
기업이 버티기에는 분위기가 썩 좋지 않다. 한국GM은 22일 19차 임단협 교섭에서 통상임금 확대안 등을 포함한 안건을 집중 논의한다. 앞서 사측은 다음 달 1일자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겠다고 노조에 제안했다. 한국GM은 지난 5월 말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한국GM의 정기상여금은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국GM 노조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12월 18일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재확인한 만큼 시행 시기를 올해 1월 1일자로 소급해 달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파업 불사’를 내걸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주 열리는 임금협상에서 최소한 한국GM 수준의 통상임금 확대를 요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파업 등 강경투쟁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정기상여금 지급기준에는 ‘두 달 동안 15일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상여금의 고정성이 결여돼 있다”며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통상임금 관련 법원 판결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임단협 교섭 난항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22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노조는 이달 말로 예정된 여름휴가 이후 파업 수위를 더욱 높여갈 예정이다.
조선·철강업계도 통상임금 문제가 뜨거워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 및 복리후생비를 포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9년 무파업을 기록한 현대중공업 노조도 임금 및 성과급 인상을 비롯해 통상임금 확대안을 제시했다. 분위기가 강경해 무파업 기록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노사팀장은 “경기침체와 원화강세로 수출에 경고등이 켜지는 등 우리 기업이 대내외적으로 큰 위기에 처했다”며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 범위를 확정하되 인건비 총액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도록 노사가 협력하고, 중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과 성과직무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상여금 포함’ 한국GM 통상임금 확대안 산업계 줄파업 ‘뇌관’ 되나
입력 2014-07-22 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