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가 대안학교 41%가 집단 급식 신고 안해… 대부분 소화기조차 없어

입력 2014-07-22 03:58

미인가 대안학교인 A학교는 서울 도심의 상가 한복판에 있었다. 21일 찾아간 이곳은 학교라기보다 정리정돈이 안 된 가정집 같았다. 출입문 안쪽으로 들어서자 책 더미를 쌓아놓은 상자와 망가진 의자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신발이 아무렇게나 벗겨져 있는 신발장을 지나자 주방이 나왔다. 학생들이 간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지만 정돈 안 된 식자재가 널려 있다.

교실은 일반 가정집 방 3개를 개조한 것이었다. 성인 남성 한 명이 지나가면 공간이 없을 정도로 좁은 복도로 양쪽에서 교실이 마주보고 있었다. 10여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비교적 넓은 교실도 눈에 띄었다. 교실 곳곳에는 공사 폐자재와 부품도 눈에 띄었다. 어느 곳에서도 소화기나 스프링클러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교실에서 외부로 나가려면 비좁은 복도를 지나고 주방과 신발장을 통과해야 한다. 만약 주방에서 불이 나면 학생들이 대피할 공간은 사실상 없다. 일반 학교라면 도저히 학생들을 받을 수 없는 아찔한 공간이었다.

이처럼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미인가 대안학교가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육부는 21일 전국 미인가 대안학교 247곳에 대한 사상 첫 안전점검 결과를 내놨다. 정부로부터 인가받지 않은 시설이어서 그동안은 교육 당국이 점검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세월호 사태 이후 학교들의 동의를 얻어 조사한 결과 전국 미인가 대안학교 247곳에서 학생 8000여명이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식 안전이 가장 큰 문제였다. 미인가 대안학교 중 무단으로 집단급식소를 운영한 곳이 41%나 됐다. 50명 이상에게 음식을 제공하려면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로 신고해야 한다. 이 정도 규모는 전국적으로 54곳이었지만 22곳이 신고하지 않고 운영하다 적발됐다. 일부 시설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보관하다가 발견되기도 했다.

대다수 시설은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거나 비치된 소화기가 낡은 것이었다. 일부는 시설을 허가 없이 증축하거나 무단으로 건물 용도를 변경해 사용하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안전점검에 아예 응하지 않은 28곳이다. 광주와 경기도가 각각 11곳과 10곳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은 3곳이 점검에 응하지 않았으며 A학교도 그중 하나였다. 법적 근거가 없어 교육 당국이 직접 제재할 수단은 없고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서 배제하는 수밖에 없는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세월호 사태로 학생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은 만큼 강제로 점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김유나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