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는 지점의 50%를 폐점하고, 지점당 운영인력은 현재 15명에서 5명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증권사들의 지점 절반, 직원의 3분의 2가 ‘과잉 상태’라는 뼈아픈 이 지적은 지난 4월 한국금융투자협회 주최 ‘금융투자산업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나왔다. 기조연설을 한 이성용 베인앤컴퍼니코리아 대표는 “지난 20년간 증권사 수는 두 배로 늘고, 종사자 수는 10년간 약 30% 증가해 초과공급 상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먹거리 줄어 출혈 경쟁…경기 침체·저금리로 수익성 악화=2008년 이후 국내 금융업계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가 이내 바닥을 치고 회복하는 듯했다. 이는 금융보험업계 종사자 수만 봐도 알 수 있다. 2008년 82만2000명에서 2009년 78만5000명으로 줄었지만 2010년 80만4000명으로 다시 늘었다.
그러나 회복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저금리·저수익·저성장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금융시장의 수요는 급감했다. 그러나 인력구조나 지점 판매망 등은 늘어날 대로 늘어나 있었다. 수요는 줄었는데 공급은 여전히 많으니 수익 악화는 뻔한 결과였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금융회사 2647개 중 15% 수준인 390개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증시 침체로 일찌감치 수익의 한계를 맞닥뜨린 증권사는 45%가 적자다.
당장 문을 닫을 지경인 금융사가 늘어났고, 시장에는 금융사가 매물로 나오기 시작했다. 구조조정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금융업종 취업자 수는 전달보다 9000명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2만9000명이나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간 증권업계를 시작으로, 올해 생명보험사와 인수합병 등을 앞둔 은행 등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상황이 회자될 정도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시 금융사들이 대거 구조조정하면서 은행연합회가 재취업을 지원했던 것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경쟁 심화는 금융 사고를 잇따라 초래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동양 사태의 불완전판매나 올해 카드사의 정보유출 사고에서 나타난 고객모집 실태 등은 무리하게 영업을 확장하면서 생긴 과당경쟁의 산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쉬운 시대는 끝났다”…스스로 새 기회 찾아야=전문가들은 금융업계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력 구조조정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먹거리가 줄었다고 일할 사람을 줄이기보다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으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어려움은 그동안 은행의 경우 경제 성장기에 편승한 이자 장사(이자 이익)에, 증권사는 위탁수수료에 지나치게 의존한 채 ‘쉬운 장사’만 해온 탓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 은행의 이자 이익 비중과 증권사의 위탁매매수수료 수익 비중은 각각 89%, 40%에 달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융사는 가만히 있어도 먹고 살만 했기 때문에 수십년간 그것만 유지해 왔다”면서 “이제부터라도 금융사 스스로 해법을 찾는 혁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과잉 공급에 빠진 대한민국] 증권사 종사자 10년간 30% 급증 ‘과포화’
입력 2014-07-22 0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