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난립’ 소규모 기업, 노동생산성 깎아 먹는다

입력 2014-07-22 02:56

한국은 직원 수가 5명이 채 안 되는 소규모 기업이 유난히 많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내 중소기업을 가리켜 ‘9988’(전체 기업의 99%, 일자리의 88%)이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다. 이 같은 ‘소규모 기업의 난립’이 노동생산성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금융연구원 김석기 연구위원이 발표한 ‘기업 규모별 분포와 총요소생산성 손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직원이 1∼4명뿐인 곳은 2011년 기준 83.0%(287만9676곳)에 이른다. 10곳 중 8곳은 몇 안 되는 직원을 데리고 근근이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1000명 이상의 대규모 사업체는 전체 0.02%(538개)에 불과하다. 미국과 비교해 보면 국내 기업의 분포가 얼마나 소규모 기업에 쏠려 있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 미국은 직원이 1∼4명인 기업이 전체 49.2%로 절반이 채 안 되고, 1000명 이상 기업도 우리나라의 10배가 넘는 6571개나 된다.

이 같은 기업 분포 구조는 노동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소규모 기업의 과잉으로 인해 발생하는 총요소생산성 손실은 13% 정도로 추정된다. 중국(0.8%)보다 16배가 많고, 인도(6.3%)와 비교해도 배가 넘는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 자본, 에너지, 노사, 경영체제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전반적인 생산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소규모 기업이 과도하게 많고 대기업 비중은 적은 기형적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막다른 길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시장에 들어서는 소규모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기존 소규모 기업을 성장시켜 규모를 키워가는 방안이 있다. 일단 창업을 준비 중인 이들에 대한 사전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창업자들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규모 기업의 신규 진입을 조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이미 소규모 업자들이 과잉돼 있다 보니 박리다매식 출혈 경쟁을 하다가 퇴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창업 컨설팅을 통해 준비된 이들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의 소규모 업자는 충분한 경영컨설팅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산성이 높은 소규모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금융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기관이 소규모 기업에 대출을 실시할 때 담보가치 등 재무 정보뿐 아니라 사업 전망, 평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2기 경제팀도 국내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더 단단하고 촘촘한 성장 사다리 구축을 위한 규제개혁과 과감한 인센티브를 예고했다. 이미 중소기업 설비투자에 가속상각제도를 도입하고, 중소 제조업체가 수입하는 공장자동화 물품에 대한 관세도 감면키로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 지원 대책이 소규모 기업 양산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기업의 규모별 분포는 각국의 경제제도나 정책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형성된다”며 “잘못된 정책은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의 고용을 줄이거나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을 과도하게 만들어 내는 등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