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국회에 있는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실에 특별한 손님이 방문했다. 이틀 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김무성 대표였다. 김 대표가 사전 연락 없이 이 원내대표의 방을 직접 찾은 것이다. 두 사람은 1시간 가까이 독대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가 격식을 따지지 않고 이 원내대표를 만나러 간 것 자체가 파격”이라며 “상견례 성격의 만남에서 두 사람이 ‘힘을 모아 새누리당을 잘 이끌어 보자’며 의기투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1일에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7·30 재·보궐 선거 경기 평택을에 출마한 유의동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새누리당 현장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난항을 겪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관련 여야 협상에 대해 “이 문제는 전적으로 이 원내대표에게 일임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면을 본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여야 협상에 대해선 이 원내대표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고 존중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집권 여당에 오랜만에 막강한 투톱 체제가 형성됐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때부터 살펴보면 당 대표가 강력할 경우 원내대표가 관리형이었고, 반대로 당 대표가 실무형이면 원내대표가 실세인 경우가 많았다. 모처럼 당 대표·원내대표 모두 정치력과 추진력을 갖춘 ‘실세형 체제’가 등장한 것이다.
두 사람은 15대 국회에서 첫 배지를 단 ‘국회 동기’다. 선수(選數)는 김 대표가 5선으로, 3선인 이 원내대표보다 높지만 이 원내대표에겐 충남도지사의 경력이 있다. 지역적 기반이나 정치 이력도 다르다. 김 대표가 부산·경남(PK)의 맹주라면 이 원내대표는 충청권을 대표한다. 또 김 대표가 김영삼(YS) 전 대통령 계보라면 이 원내대표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 측근이다.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김 대표가 서열 1위, 이 원내대표가 서열 2위다. 수직적 체계로 보면 상하 관계지만 업무 영역이 달라 수평적 관계의 측면도 있다. 당 대표가 당의 조직·재정·인사 전반을 총괄한다면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이뤄지는 여야 협상, 입법 과정 등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는 강력한 투톱체제 등장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이들이 환상의 호흡을 보여줄 경우 강력한 집권 여당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온다. 당·청 관계나 여야 협상에서 새누리당이 주도권을 잡고 정국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강한 성격의 소유자라 충돌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파장이 커질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당·청 관계가 삐걱거린다면 청와대가 이 원내대표와 직접 거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친하다기보다는 무난하다는 평이 더 어울릴 것”이라며 “두 사람 다 고수이기 때문에 서로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불필요한 경쟁을 하지 않겠지만 생각이 다를 경우 불편한 동거체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시너지 효과? 불편한 동거?… 與 막강 투톱체제
입력 2014-07-22 0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