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밝힐 때만 해도 전임 이명박정부에서 꽉 막힌 남북관계가 어느 정도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많았다. 두 달여 뒤인 3월 28일 ‘통일 독일’의 상징 도시인 드레스덴에서 ‘통일 한국’의 청사진이 담긴 ‘드레스덴 구상’을 발표할 때까지도 기대감은 지속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 남북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드물다. 야심 차게 내세웠던 드레스덴 구상은 어느덧 이명박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에 비견되는 신세로 전락 중이다.
드레스덴 구상에 담긴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거의 진척을 보지 못해서다. 당시 박 대통령은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3대 제안을 내놨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을 위한 세부 정책들이 나왔다. 남북이 낮은 단계의 신뢰를 쌓아 나가면서 북한의 핵 포기 여부에 따라 대규모 경제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한층 구체화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맹점이었다. 핵 포기가 요원한 상황에서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낼 만한 내용은 없었던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은 드레스덴 구상을 흡수통일로 받아들여 대대적인 대남 공세에 나섰다.
이로 인해 남북 간 신뢰는 더 쪼그라든 형국이다. 드레스덴 구상도 제자리걸음이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21일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부터 통일 대박, 드레스덴 구상 등은 우리의 일방적인 주장만 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며 “사전에 폭넓은 민의 수렴 없이 통일논의만 터트려 정책이 구호에만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어젠다에 갇힌 박근혜정부-통일대박론] 드레스덴 선언 아직 첫걸음도 못떼
입력 2014-07-22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