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보이첵’을 볼 때마다 처절한 주인공들의 아픔이 대사로만 표현되는 게 아쉬웠습니다. 주인공의 갈등이 음악으로 연결된다면 관객들의 감정을 더 많이 건드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LG아트센터와 에이콤인터내셔날이 공동 제작한 뮤지컬 ‘보이첵’이 21일 일부 공개됐다. 한국 뮤지컬계 대부인 에이콤인터내셔날 윤호진(66) 대표가 8년간 준비한 작품이다.
‘보이첵’은 독일의 천재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이다. 1870년부터 연극, 무용, 오페라 등 여러 장르로 해석돼 공연됐지만 내용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주인공인 말단 군인 보이첵은 연인 마리와 갓난아기 알렉스 등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생체 실험에 지원한다. 실험이 진행되면서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던 보이첵은 마리가 군악대장과 부정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극한의 선택을 한다.
다소 어둡고 어려운 내용을 대중에 선보이기 위해 윤 대표는 20여 년간 뮤지컬에서 쌓은 내공을 쏟아 부었다. 그는 “‘보이첵’은 단순하지만 철학적 깊이가 있어 어려울 수 있다”면서 “영국 스태프들과 토론을 통해 세 차례에 걸쳐 재구성을 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가 뮤지컬 ‘보이첵’에 공을 들인 데는 슬픈 이유가 있다. 그는 “2003년 ‘명성황후’ 북미 공연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 역사를 배경으로 만든 한국어 뮤지컬로는 해외 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해외 제작진과 협업해서 그들의 아이디어와 감성을 투여한 ‘영어 뮤지컬’을 제작해야 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세계인과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우고 희곡 ‘보이첵’을 선택했다.
윤 대표는 “‘보이첵’은 보편적이면서도 강렬한 드라마를 품고 있는 희곡임에도 아직 한 번도 대형 뮤지컬로 만들어진 적이 없었다”면서 “이 작품이라면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영국의 여러 극장과 프로듀서들을 접촉했고 그리니치 극장이 관심을 보였다. 2007년 극장 측에서 오디션 형태로 창작진을 공모했고 50여 팀이 프로젝트에 지원해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밴드 ‘싱잉 로인즈’가 발탁됐다. 이후 ‘보이첵’은 런던에서 두 차례 워크숍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그는 “두 차례 워크숍을 통해 장편 뮤지컬로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면서 “세계 시장 공략에 앞서 한국 관객들에게 ‘보이첵’을 먼저 선보이기로 계획했고 이를 위해 영어로 쓰여진 원작을 한국어로 번역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적 소재로 글로벌 뮤지컬 작품을 만드는 노력도 계속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준비된 작품들이 많다”면서 “2000년 초연한 ‘몽유도원도’도 재작업에 들어가 연말에 완성되면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과 중국 등에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월 9일부터 11월 8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로 LG아트센터.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뮤지컬 ‘보이첵’의 연출가 윤호진 “20년 창작 뮤지컬의 내공 다 쏟았다”
입력 2014-07-22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