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실천없이 ‘어젠다 정치’만 하는 朴정부

입력 2014-07-22 02:54
박근혜정부가 출범 초기 천명한 국정기조가 1년 넘어서도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거대한 어젠다(의제)로 내세운 비정상의 정상화, 국민대통합, 창조경제, 통일대박론 등 핵심 정책도 구체적이고 치밀한 이행전략 수립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구호성 ‘어젠다 정치’만 있어 갈수록 실천동력이 떨어지고 국민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 이른바 국민행복, 비정상의 정상화, 창조경제 등으로 대표되는 굵직한 어젠다를 국정기조 및 하부전략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런 국정기조는 아직도 일선 부처에서조차 개념 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4대 국정기조 중 하나인 경제부흥과 이를 이행하는 3대 전략(창조경제, 경제민주화, 민생경제) 중 정부 출범 당시부터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창조경제는 구체적인 성과물을 기대하기는 아직도 요원하다. 경제민주화도 현실적인 제약 등에 부딪혀 대부분 후퇴한 상태다.

박근혜정부의 상징적 외교안보 전략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등도 이행의 첫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처음부터 외교현실을 외면한 이상적 구상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미국, 중국 등 주요 이해당사국의 냉대 속에 로키(low key)로 대응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북한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본격 가동은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박근혜정부가 올해 새로운 어젠다로 설정한 통일대박론 역시 임기 내에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려낼지는 불투명하다.

결국 거대담론 성격이 짙은 어젠다에는 이를 뒷받침할 치밀한 이행계획과 실천 의지가 필수적인데, 모호한 의제가 오히려 구체적인 플랜 이행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렇다 보니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실현된 것은 오히려 찾기 어렵다. 박 대통령도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지난 1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창조경제를 보다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경제팀에 주문했다. 정부는 여전히 국민행복, 국민대통합, 비정상의 정상화, 창조경제, 통일대박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구체적으로 성과를 드러낸 것은 없다.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 출범 2년차 후반기에 들어선 현 시점에는 거대한 어젠다보다는 실제 이행 가능한 정책에 대한 공개적이고 정교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21일 “창조경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은 각론으로 보면 훌륭하지만 정책을 집행하는 관료들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라며 “대통령이 푸시만 한다고 될 게 아니라 정책을 정교화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도 “현재는 방향과 비전이 없이 구호만 있는 상황”이라며 “국가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여러 집단,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혁상 최승욱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