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반군 막강 화력… 오합지졸 아니었다

입력 2014-07-22 02:40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親)러시아 반군이 1만m 상공을 운항 중이던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 여객기를 부크(SA-11) 미사일로 격추시킨 게 확실시되면서 이들이 어떻게 이런 고성능 무기를 손에 넣게 됐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NN은 20일(현지시간) 반군이 우크라이나 동부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정부 무기고를 습격해 견착식 SA-7 미사일, 탱크, ZU23-2 대공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를 획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병력 수송용 장갑차(APC)를 정부군으로부터 빼앗은 뒤부터는 무기고 습격이 한결 용이해졌다. APC를 이용해 기동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반군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지도자 파벨 구발레프는 “병력 증강을 위해 정부 무기를 탈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CNN은 전했다.

반군이 무기를 얻는 또 다른 방법은 러시아로부터 지원이다. 반군이 장악한 지역 중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곳은 길이가 200㎞가 넘지만 별다른 통제선이 없다. 이곳을 통해 러시아에서 암암리에 무기가 건너온다. CNN은 도네츠크주 마리니프카에서 반군이 APC 2대를 몰래 들여오려다 우크라이나 정부 측 국경수비대와 교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도 지난달 반군이 러시아에서 T-64 탱크 3대와 로켓 발사대를 들여오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성능 좋은 무기를 얻으면서 ‘반군=오합지졸’이라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Mi-8과 Mi-24 헬기가 반군 공격으로 추락하는 일이 벌어졌으며 루간스크에서는 일류신-76 수송기가 미사일 공격을 받고 격추돼 탑승자 49명이 사망했다. 둘 다 견착식 SA-7 미사일에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이라크 내전을 촉발한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의 경우도 현금과 무기를 합칠 경우 자산이 15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매년 작전 현황이 담긴 연례 성과보고서를 발간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홍보와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는 등 사실상 ‘기업형 무장단체’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ISIL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서 “이들은 1년간 이라크에서 몇 건의 암살을 저지르고 몇 건의 사제폭발물을 설치했는지 여부를 모두 기록해 놨다”면서 “오합지졸의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기업 회계에 비견될 만큼 정밀한 수준”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