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전국 15개 지역에서 실시되는 재보선 열기가 뜨겁다.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냐, 여소야대 국회냐를 결정하는 분수령이어서 선거전이 여야의 격렬한 공방으로 흐르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문제는 논쟁이 정책대결 등 생산적인 방향이 아닌 상대방을 깎아내려 반사이익을 노리는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 시종하고 있다는 데 있다. 여야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선거에 나선 거의 모든 후보가 국회의원은커녕 동네 반장 깜냥도 안 된다.
여야는 정책대결을 펼칠 생각이 애당초 없었던 듯하다. 아무 연고도 없는 후보를 전략공천이란 명분 아래 낙하산으로 내리꽂은 곳이 많다 보니 후보들이 세세한 지역 사정을 알 턱이 없다. 게다가 지역 일꾼이 되겠다면서 투표권이 없는 후보들도 한둘이 아니다. 공천이 늦어지는 바람에 후보들이 제때 주소 이전을 하지 못해 빚어진 촌극이다. 유권자를 우습게 보지 않고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선거전이 진흙 밭 개싸움 양상으로 흐르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공식선거전 초반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논문 표절 의혹에 이어 남편의 재산 축소 신고 및 소득세 탈루 의혹까지 더해져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권 후보는 새누리당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새누리당은 21일 “출마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며 권 후보를 사퇴시키라고 새정치연합을 압박했다. 이번 선거에 나선 55명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의 도덕성 문제가 판도 전체를 뒤흔드는 보기 드문 선거전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타깃이 광산을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보수층을 결집해 최대 격전지 수도권에서 압승을 노리려는 성동격서 전략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새누리당의 작전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여기에 정책은 설 자리가 없다.
새정치연합도 새누리당 후보들의 재산 문제로 맞불을 놓고 있다. 10억∼50억원의 비상장 주식을 액면가로 신고한 새누리당 후보들은 가만 놔두고 권 후보만 문제 삼는 건 ‘권은희 죽이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후보 검증은 당연히 해야 한다. 단, 명백한 증거와 사실에 근거할 때 객관성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선거 때만 되면 검증을 빙자한 ‘아니면 말고’ 식의 무분별한 폭로전이 기승을 부린다. 유권자는 어느 게 참이고 거짓인지 알기 전에 당락이 결정된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러니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말이 아직도 회자되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철저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야 정치권의 고질을 뿌리 뽑을 수 있다.
[사설] 진흙탕 싸움, 7·30 재보선도 고질 재현인가
입력 2014-07-22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