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현장을 가다-경기 평택乙] ‘3선 빅맨’ 바짝 쫓는 ‘젊은 일꾼’… 평택 토박이들의 혈전

입력 2014-07-22 02:12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 5일장에서 21일 여야 대표와 7·30 평택 보궐선거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이 우연히 만나 서로 악수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와 정장선 후보, 새누리당 유의동 후보와 김무성 대표. 평택=김지훈 기자
21일 오전 경기 평택 안중시장 삼거리. 5일장이 열리는 이날 새누리당 유의동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정장선 후보, 두 후보를 지원하러 온 여야 대표가 장터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먼저 “장선이가 제 고등학교 후배인데 이리 (경쟁하게) 됐다”면서 정 후보에게 인사를 건넸고 새정치연합 안철수 대표를 향해서도 “우리 안 대표”라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정 후보와 김 대표도 반갑게 인사했다. 네 사람은 나란히 서서 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며 ‘파이팅’을 외쳤다.

화기애애했던 조우와 달리 양측은 서로 다른 선거 콘셉트로 막상막하 경쟁 중이다. 새누리당 유 후보는 40대의 젊은 후보라는 점을 앞세워 ‘일꾼’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새정치연합 정 후보는 경기도 평택을에서 내리 3선을 한 중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빅 맨(Big man)’으로 자신을 홍보 중이다.

유 후보는 시장에서 ‘장날 사랑의 국수 나누기’ 행사에 참석했다. 시장은 한산했지만 배식 장소엔 사람이 몰려 평택시 충효단협의회가 준비한 국수 700인분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유 후보와 함께 배식을 도왔던 김무성 대표 등 중앙당 관계자들도 국수로 점심을 해결했다.

앞서 유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중앙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는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김 대표는 “평택갑 4선 출신의 원유철 의원과 손잡고 일할 여권 동지가 필요하다”면서 “젊고 유능한 유 후보를 당선시켜 평택에 양 날개를 달아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정 후보는 ‘더 큰 정치, 더 큰 평택, 더 큰 사람’이라는 슬로건으로 유력 중진 정치인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안중시장 삼거리에 자리 잡은 유세차에도 ‘평택 발전’ ‘4선의 힘’ 등 경륜을 강조하는 문구가 가득했다.

유세차에 오른 정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평택에 해준 것이 없다. 4대강 사업으로 항만 예산을 축소하고 평택항 사업을 지체시켰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 후보는 지역의 보수적 여론을 고려한 듯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다. 정 후보는 오히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는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협력하겠다”며 “여야 없이 ‘평택당’만 있다”고 표심을 파고들었다. 정 후보는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평택지원특별법, 삼성전자 이전 등 제가 해온 사업을 제가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안 공동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김성곤·문병호 의원이 정 후보를 지지 방문했다.

평택 민심은 여전히 고심 중이다. 안중시장 삼거리에서 마트를 운영 중인 황종석(63)씨는 “투표는 하겠지만 아직 후보를 정하진 못했다”며 “정 후보가 지역에서 오래 활동을 했으니 많은 것을 잘 알겠지만, 유 후보도 정치 신인이니 더 열심히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호천(75)씨는 “여당, 야당을 떠나 우리처럼 없는 사람 잘살게 해주는 후보가 최고”라고 말했다.

판세는 안갯속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정 후보가 다소 앞서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 6·4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와 평택시장 모두 여당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 출신 무소속 김득중 후보가 얼마나 많은 득표를 할지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평택=임성수 권지혜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