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경기 평택 안중시장 삼거리. 5일장이 열리는 이날 새누리당 유의동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정장선 후보, 두 후보를 지원하러 온 여야 대표가 장터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먼저 “장선이가 제 고등학교 후배인데 이리 (경쟁하게) 됐다”면서 정 후보에게 인사를 건넸고 새정치연합 안철수 대표를 향해서도 “우리 안 대표”라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정 후보와 김 대표도 반갑게 인사했다. 네 사람은 나란히 서서 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며 ‘파이팅’을 외쳤다.
화기애애했던 조우와 달리 양측은 서로 다른 선거 콘셉트로 막상막하 경쟁 중이다. 새누리당 유 후보는 40대의 젊은 후보라는 점을 앞세워 ‘일꾼’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새정치연합 정 후보는 경기도 평택을에서 내리 3선을 한 중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빅 맨(Big man)’으로 자신을 홍보 중이다.
유 후보는 시장에서 ‘장날 사랑의 국수 나누기’ 행사에 참석했다. 시장은 한산했지만 배식 장소엔 사람이 몰려 평택시 충효단협의회가 준비한 국수 700인분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유 후보와 함께 배식을 도왔던 김무성 대표 등 중앙당 관계자들도 국수로 점심을 해결했다.
앞서 유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중앙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는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김 대표는 “평택갑 4선 출신의 원유철 의원과 손잡고 일할 여권 동지가 필요하다”면서 “젊고 유능한 유 후보를 당선시켜 평택에 양 날개를 달아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정 후보는 ‘더 큰 정치, 더 큰 평택, 더 큰 사람’이라는 슬로건으로 유력 중진 정치인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안중시장 삼거리에 자리 잡은 유세차에도 ‘평택 발전’ ‘4선의 힘’ 등 경륜을 강조하는 문구가 가득했다.
유세차에 오른 정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평택에 해준 것이 없다. 4대강 사업으로 항만 예산을 축소하고 평택항 사업을 지체시켰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 후보는 지역의 보수적 여론을 고려한 듯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다. 정 후보는 오히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는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협력하겠다”며 “여야 없이 ‘평택당’만 있다”고 표심을 파고들었다. 정 후보는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평택지원특별법, 삼성전자 이전 등 제가 해온 사업을 제가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안 공동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김성곤·문병호 의원이 정 후보를 지지 방문했다.
평택 민심은 여전히 고심 중이다. 안중시장 삼거리에서 마트를 운영 중인 황종석(63)씨는 “투표는 하겠지만 아직 후보를 정하진 못했다”며 “정 후보가 지역에서 오래 활동을 했으니 많은 것을 잘 알겠지만, 유 후보도 정치 신인이니 더 열심히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호천(75)씨는 “여당, 야당을 떠나 우리처럼 없는 사람 잘살게 해주는 후보가 최고”라고 말했다.
판세는 안갯속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정 후보가 다소 앞서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 6·4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와 평택시장 모두 여당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 출신 무소속 김득중 후보가 얼마나 많은 득표를 할지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평택=임성수 권지혜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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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22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