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첫 여성 화재조사관이 탄생했다. 화재조사관은 ‘119의 꽃’으로 불린다.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현장에서 감식 활동을 벌여 화재 원인을 찾아내는 소방관이다.
서울 서대문소방서 진승희(37·사진) 소방장은 21일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살려 화재 원인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하는 조사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003년 1월 임관한 진 소방장은 최근까지 내근 부서에서 근무하다 지난 10일부터 화재조사관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해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진 소방장 등 여성 소방관 2명이 화재조사관 자격시험에 합격했지만 다른 합격자가 배치를 포기하면서 진 소방장이 ‘서울 1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화재조사관은 119 최초 신고자의 진술을 분석하고 연기가 흘러간 흔적을 추적하면서 증거를 수집한다. 현장 곳곳에 유독가스와 무너진 구조물 등 위험 요소가 남아 있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탓에 여성 소방관 사이에서는 비인기 직종으로 꼽힌다.
하지만 진 소방장은 이런 점 때문에 화재조사관 업무에 강한 유혹을 느꼈다고 한다. 현장에서 없어선 안 될 ‘필수 요원’이기 때문이다. 그는 “소방서가 남성 위주의 조직이어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상대적으로 제한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접받기만을 기다리기보다는 나만의 전문 분야를 찾고 싶어서 화재조사관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진 소방장은 “힘든 일이라고 피하려고만 하면 절대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쌓은 ‘내공’으로 내 몫을 제대로 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119의 꽃’ 화재조사관 서울 여성 1호 탄생
입력 2014-07-22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