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통곡의 땅으로 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이곳에서 지상작전을 확대하면서 20일(현지시간) 하루에만 최소 1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사망했다. 가자지구에서 하루 동안 발생한 인명 피해로는 5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이스라엘이 지난 8일 가자지구 공습을 시작한 이래 21일 새벽까지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470여명, 부상자는 4000여명에 이른다. 이들 중에는 어린이, 부녀자, 노인이 상당수 포함됐다. 가자 주민 약 13만명은 집을 떠나 국경 쪽으로 피신했고 이 중 6만명 이상은 유엔이 마련한 대피소에 몸을 의탁했다. 이스라엘군과 민간인 사망자도 발생했지만 이보다 훨씬 적은 20명으로 집계됐다.
이 과정에서 가자지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스라엘 남부도시 스데롯 주민들이 지난 17일 소파를 갖다 놓고 맥주를 마시며 공습 장면을 구경한 대목에서는 아연실색을 금할 수 없다. 피를 뿌리며 숨져가는 생명을 보며 유희처럼 즐겼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들에게는 생명의 존엄이나 인류애라는 단어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로 보인다.
더욱이 이러한 상황을 생중계한 CNN 중동 특파원이 스데롯 주민을 ‘인간쓰레기’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썼다가 러시아로 전격 전보 조치된 상황은 더욱 절망적으로 다가온다. 유대 자본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 언론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교전을 중단시킬 확실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는 좀 더 신속하고 강력한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혹시라도 이스라엘이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틈을 타 가자지구에서 강경책을 밀어붙였다면 이는 잘못된 판단임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일 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요르단의 요청으로 긴급회의를 열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요르단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를 포함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마련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을 뿐이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음을 재확인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중동 방문에 나서 2012년 11월 체결한 정전협정으로 복귀하도록 중재할 예정이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다.
이러한 국면에서 국제사회는 중동을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끔찍하다”고 규탄했다. 동시에 “이스라엘은 민간인 보호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며 “국제 인도주의법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사설] 가자지구의 통곡 모른체해선 안 된다
입력 2014-07-22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