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기다린 봄이 얼어붙은 시신으로 올라오고 있다/ 욕되고 부끄럽다, 이 참담한 땅의 어른이라는 것이” (김선우 시인의 ‘이 봄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에서).
세월호 참사 100일, 시인들도 울었다. 분노했다. 이들은 고통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에 기꺼이 나섰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시인 69명이 24일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추모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실천문학사·사진)를 펴낸다. 이들이 한 편씩 쓴 추모시를 엮은 시집이다. 강은교 고은 곽재구 나희덕 도종환 송경동 신현림 함민복 등 국내 대표적인 시인들이 참여했다.
시집에는 아이들을 잃은 슬픔과 현실에 대한 분노가 가득하다. 고은 시인은 “이 찬란한 아이들 생때같은 새끼들을/ 앞세우고 살아갈 세상이/ 얼마나 몹쓸 살 판입니까(‘이름 짓지 못한 시’)”라고 분노를 토했다. 나희덕 시인은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누군가 이 말이라도 해주었더라면(‘난파된 교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버려진 심장들 가득한 바다의 저 방/ 물의 검은 터널 속, 터널의 검은 입속/ 허우적이는, 미처 눈 못 감은 피톨들”(강은교 시인의 ‘딸의 편지’)에선 처연함마저 느껴진다.
송경동 시인은 “온 사회가 세월호였다”면서 “선장으로 기관수로 갑판원으로 조타수로 나서야 한다(‘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고 시민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작가들은 책머리에서 “문학은 본래 세상의 모든 약한 것들을 위한 것이고 세상의 가장 위태로운 경계에 대한 증언”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오래 기억하고, 그치지 않고 분노하며 끈질기게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실천문학사 측은 “우리가 세월호 참사로 인한 희생자들을 위무하고 유족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근원은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로부터 출발한다고 믿는다”며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인들의 인세 전액과 출판사 수익금의 10%는 아름다운재단 ‘기억 0416 캠페인’에 기부된다. ‘기억 0416캠페인’은 참사의 사회적 기록을 위한 시민아카이브 구축 지원 등을 위한 모금 캠페인이다.
24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시낭송과 음악회 ‘네 눈물을 기억하라’도 열린다. 성혜경 아름다운재단 캠페인팀장은 “추모시집 발간은 기록의 차원에서 의미 있는 일임은 물론, 시집 수익금이 기부를 통한 사회변화로 이어지니 더욱 기쁘고 반갑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욕되고 부끄럽다, 이 참담한 땅의 어른이라는 것이”
입력 2014-07-22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