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美국무 ‘TV 점령’… 동시다발 외교현안에 대담 프로그램 잇따라 출연

입력 2014-07-22 02:41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대담프로 ‘선데이’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다. 폭스뉴스 캡처

20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주요 방송의 화면은 존 케리 국무장관이 채웠다. TV와 케이블채널의 대표적 일요시사대담 프로그램은 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NBC ‘밋 더 프레스’ ABC ‘디스 위크’, 폭스뉴스 ‘선데이’ 등 5개. 케리 장관은 모든 프로그램에 시차를 두고 출연해 앵커와 인터뷰했다. 이처럼 국무장관이 언론의 ‘각광’을 한꺼번에 받은 것은 드문 일이다.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사건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이란 핵협상 연장 등 메가톤급 외교 현안이 동시에 터져 나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케리 장관은 “여객기 피격이 러시아 분리주의자 (반군) 소행이라고 의심할 산적한 증거가 있다”며 “러시아가 분리주의자들에게 지대공 미사일을 넘겨줬고, 사용법을 훈련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가 결정적인 순간을 맞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피격 사건 처리를 포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너무 ‘소극적’ 아니냐는 추궁에 진땀을 빼야 했다. 케리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가 직면한 문제는 사실을 보지 않고 성급히 결론부터 내려는 비판세력들에 있다”며 “현재 미국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적극적 외교를 펴고 있으며 훨씬 더 많은 지역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북 외교와 시리아 화학무기 제거, 이란 핵 프로그램 철회 등을 성공 사례로 꼽았다.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한 이스라엘 비난 발언이 방송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케리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전 녹음 중인 것을 모르고 국무부 관리와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이게 무슨 놈의 ‘족집게 작전’이냐”고 성을 냈다. 이 관리가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가자지역에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고한 데 따른 반응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하마스의 로켓 발사대만 공격하는 정밀한 군사작전을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계속해서 급증하는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미국 국무장관의 당황스러움이 그대로 묻어있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