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칼리프제 부활을 표방하고 이라크 북부를 장악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반군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모술의 기독교인들을 향해 ‘이슬람으로 개종하든지 아니면 떠나든지 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현재 모술에 남아 있는 기독교인은 2만5000여명으로 추산된다.
20일 AFP통신에 따르면 ISIL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모술의 한 이슬람사원에서 방송을 통해 기독교인들은 다음날인 19일까지 모두 떠나라고 발표했다. 최후통첩 내용에는 이슬람으로 개종, ‘지즈야’(인두세) 납부, 이주, 죽음이라는 네 가지를 담았다.
‘지즈야’는 개종하지 않는 대신 납부해야 하는 세금을 말한다. 초기 이슬람 정복 시절 종래의 신앙을 허용하는 대신 세금을 강제 징수했던 방법으로 차별 정책이다. 현지 증언에 따르면 ISIL은 한 여성 노인에게 1만5000달러를 징수했으며 100달러만 돌려 달라는 노인을 향해 ISIL의 기금이기 때문에 줄 수 없다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ISIL은 고향을 등지는 기독교인을 검문소에 세워놓고 소지하고 있던 자동차와 휴대전화, 현금, 보석 등을 빼앗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가진 것을 빼앗긴 기독교인들은 길바닥 위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아흘람(34·여)이라는 한 기독교인은 “수백명의 난민들이 섭씨 50도가 넘는 길 위를 물이나 음식도 없이 걸어가고 있다”며 “난민들 중엔 노인과 장애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모술을 떠나지 않은 기독교인들은 가혹한 칼리프제를 선언한 ISIL의 영향 아래서 계속 거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ISIL은 최근 조직원들 중 온건한 편에 속한 대원을 십자가형으로 살해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자신의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칼 이외에는 남는 게 없을 것’이라며 기독교인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라크 의회 기독의원인 요나담 칸나는 “소수의 기독교인들이 모술을 떠나지 않고 살아가겠지만 그들이 개종하거나 인두세를 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잔인한 갱단들을 믿는 그리스도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일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의 이라크내 기독교인 박해는 반인륜 범죄”라면서 “ISIL이 지배하고 있는 모술 지역 등 크리스천들의 안전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이라크 모술 기독교인들 개종 아니면 즉각 떠나라”
입력 2014-07-22 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