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28) 여행짐 싸기

입력 2014-07-22 02:17
루이비통코리아 제공

‘만약’을 위해 챙기는 세심함은 여행가방의 무게를 불리는 원인이다. 막연하게 이 옷 저 옷을 싸기보다 일정의 성질에 적합하게 여과하는 수고를 들이면 트렁크는 뚱보 상태를 면한다. 그래서 생긴 습관이 요일별로 옷차림(곁들이는 소품까지 포함해서)을 정해 A4 용지에 그리는 것이다. 잘 그리지 않아도 된다. 본인만이 알아보면 그만이다. 먼저 상의와 하의로 ‘메인’을 정한 후 소품을 더하는 식으로 차림표는 완성된다.

챙기는 옷은 여행의 목적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다. 출장용 차림표에는 정장 치마와 바지, 어두운 색의 티셔츠, 카디건, 조끼 등이 주인공으로 나선다. 그런가 하면 휴가를 떠날 때는 낙낙한 원피스, 파레오(수영복에 치마처럼 두르는 천), 탱크 톱, 청바지 등이 우선 품목이다. 여행 목적이 어떻든 중요한 지침은 다양하게 매치되는 옷들을 선별해야 한다는 것.

이를테면 카디건, 가죽 재킷, 검은색 재킷, 청바지, 기본형 무채색 원피스, 티셔츠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겹쳐 입기에 좋은 조끼는 가을과 겨울에 요긴하다. 목과 허리, 머리에까지 감기는 스카프와 브로치는 어제의 옷차림을 다른 느낌으로 보이도록 힘쓰는 만능 코디네이션 품목이다.

여행에 갖고 갈 옷을 꾸리는 일은 생각을 거듭하게 만든다. 하나의 옷이 몇 번 ‘출연’하도록 이끄는 효율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행은 기념이라는 애틋한 명분으로 뭔가를 사도록 유도하는 마술을 종종 부리기에 모자란 듯 가져가야 돌아올 때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한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