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넥슨 아레나. 경기장에선 선수들의 치열한 축구 경기가 펼쳐졌다. 상대 선수가 때린 슛이 골대를 맞추자 관중석에선 “아” 하는 탄식이 울려 퍼졌다. 이를 중계하는 해설자는 “골대 불운이 시작되는 것 같네요”라고 소리쳤다. 치열한 승부가 끝난 뒤 승리를 거둔 선수는 자신의 팬들을 향해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뻐했다. 팬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어 아나운서와 기자단 인터뷰가 이어졌다.
지금까지 펼쳐진 장면은 실제 축구 경기가 아니다. e스포츠인 피파온라인 챔피언십 2014 개인전 8강이다. 하지만 컴퓨터 화면에서 상대방과 싸우는 것을 제외하곤 실제 스포츠 경기와 거의 흡사했다. 넥슨 아레나에는 일반 스포츠 경기처럼 선수가 있고, 즐기는 팬이 있고, 리그와 상금이 있었다. 인터넷 생중계도 이뤄졌다.
실제 경기장은 관중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극장 모양의 경기장 1, 2층의 500좌석은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꽉 차있었다. 자리를 잡지 못한 관중들은 아예 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관중석 양 사이드 부스에서 선수들이 경기에 열중했고, 가운데선 해설진이 중계를 하고 있었다.
이날 열린 8강전은 디펜딩 챔피언 김민재와 신예 박준효가 맞붙었다. 한 팬이 “김민재 선수가 지면 저 피파 접어요”라고 쓴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3판2승제의 경기에선 박준효가 2대 1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박준효는 인터넷 방송 아나운서와 인터뷰를 갖고 “상대 선수가 센터백을 2명 놓고 윙백도 내려놓지만 수비 복귀가 느리다. 그래서 땅볼 크로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고 말했다. 일반 축구 선수가 경기 소감을 말하는 것과 거의 흡사했다.
경기장에서 만난 유주경(16)군은 “오늘 비록 졌지만 김민재 선수를 응원하러 왔다”며 “우리 반 대부분이 피파온라인과 리그오브레전드와 같은 e스포츠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현(17)군은 “우리 학교 아이들 절반 이상이 피파온라인을 하고 있다”며 “다들 모여서 경기를 재미있게 지켜보고, 경기를 더 잘하기 위해 연구하는 만큼 e스포츠도 스포츠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10∼20대들은 e스포츠에 열광하고 있었다. 시간과 공간이 제약된 만큼 e스포츠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게 실제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있다는 게 김군의 설명이다.
국내 e스포츠 양대 산맥인 리그오브레전드는 올 1월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매일 2700만명이 즐기고 있고 접속하는 플레이어들의 국가 숫자가 145개국이나 된다. 최고 동시 접속자 또한 750만명이다.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2014(일명 롤드컵) 결승전은 오는 10월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피파온라인3를 포함해 서든어택, 던파&사이퍼즈 등을 운영하는 넥슨의 올해 총 상금 규모가 15억원이나 된다. 넥슨 관계자는 21일 “e스포츠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건전한 관람문화를 형성하고 e스포츠 경기의 발전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스포츠는 스포츠다] ① 강남 ‘넥슨 아레나’ 경기장 르포
입력 2014-07-22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