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으로는 부족해 은행 대출까지 받아 올해 초 커피전문점을 차린 이모(50)씨는 요즘 밤잠을 이룰 수가 없다. 주변에 하나둘 커피전문점이 새로 생겨나면서 돈을 벌겠다는 기대가 적자를 우려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이제는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재료비, 임대료 등을 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이처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도 커피전문점을 내기 위해 바리스타 학원을 찾는 예비 창업자들이 줄 서 있다. 과잉 공급과 경쟁 격화로 인한 사업 부진 및 소득 저하, 부채 증가, 폐업 및 도산, 실업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공급과잉에 빠진 한국경제의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제조업 주력 업종인 조선·철강·석유화학이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급락한 데다 IT·반도체와 자동차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실적 둔화가 뚜렷하다. 서비스업은 음식업, 운수업, 소매업 등이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이고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의 고급지식 서비스도 넘쳐나고 있다.
제조업에선 2005년부터 높은 경제성장을 추구해온 중국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조선, 철강 등 생산시설을 마구 늘리면서 공급과잉이 초래됐다. 하지만 서비스업 공급과잉은 불합리한 규제 등 국내 요인이 크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내수 진작을 통해 체감경기를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내수 진작의 핵심은 서비스업인데 대기업 사내유보금을 갹출하는 형태의 소득보전책만으로는 공급과잉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는 제조업 중심의 고용 없는 성장에서 벗어나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서비스업의 취업자 수 비중은 69.3%에서 69.8%로 높아진 반면 제조업은 16.2%에서 15.8%로 떨어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체감경기가 좋아지려면 신규 고용 창출력이 높은 서비스업이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공급과잉 해소가 필수적이다. 출산율 저하 등으로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을 정점으로 감소한다는 점도 공급과잉을 해소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우리나라 서비스업은 영세한 자영업자의 노동집약적 서비스가 많아 질이 낮고 천편일률적이다. 따라서 서비스 질을 높이고 차별화해야 한다. 특히 의료와 교육 서비스의 경우 국내에서 질 높은 서비스를 받지 못한 고객들이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의료관광 등으로 해외의 서비스 수요를 국내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또 의료, 회계 등 우리나라의 경쟁력 있는 고급 서비스 인력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국가 간 협정 체결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내수 진작만이 체감경기를 좋게 할 수 있는 상황인데 내수가 양적으로 포화상태에 있다”며 “양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면 질과 값을 높여서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시리즈 3면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공급과잉에 빠진 대한민국 경제
입력 2014-07-21 0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