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 공연은 재미없다’는 고정관념, 이제는 깨자. 아이들의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이들을 위한 공연 수준도 높아졌다. 여름방학을 맞은 초·중·고등학생이 볼 만한 작품 세 편을 골랐다. 초등학생용 연극 ‘슈퍼맨처럼?!’은 극단 학전이 만들어 2008년 초연 이후 호평이 이어진 검증된 작품이다. 중고생을 위한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은 3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CJ문화재단 공모에 뽑혀 평단의 지지를 받았다. 미스터리 음악극 ‘꿈.꾸.세’는 청소년들이 직접 국악 연주도 하고, 배우로 출연도 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어린이 연극 ‘슈퍼맨처럼?!’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1994)으로 잘 알려진 극단 학전이 만든 어린이 연극.
주인공은 초등학교 5학년 정호와 태민.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정호는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축구를 좋아하는 태민은 처음 정호를 보고 “그런 애들하고 어떻게 얘기를 하냐? 말도 안 통하는데”라며 정호가 바보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둘은 금세 친구가 된다. ‘슈퍼맨처럼?!’은 두 친구의 우정을 통해 장애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으로 지난해 ‘장애인먼저실천상 우수실천상’도 받았다.
교훈적인 내용이 전부가 아니다. 연극 중간 중간 등장하는 연주 영상과 수준 높은 라이브 연주는 극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전문수화통역사가 함께하는 ‘장벽 없는(배리어 프리) 공연’을 통해 다양한 관객과 만난다. 8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어린이 1만2000원·어른 2만2000원. 5세 이상.
청소년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
지난해 CJ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마인즈-연극’으로 선정돼 올 초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화제작. ㈜이다엔터테인먼트와 극단 공상집단 뚱딴지가 공동 제작했다.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은 ‘하필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전교 1등 이레, 불량학생 현신, 왕따 피해자 봉수 등 주인공들의 성장통을 담은 작품.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하고 싶은 말을 숨긴 채 살아가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객석에 울림을 던진다. 대한민국 어느 고등학교에선가 벌어지고 있을 법한 이야기와 파격적인 대사, 현실적인 인물묘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추리적 요소와 기발한 무대장치도 돋보인다. 신예 이오진 작가는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10대들의 세계에서 자행되던 권력의 하부구조와 소통, 성장의 과정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분노와 불안이 뒤엉켜있으나 이를 표출할 방법을 모르는 10대들의 삶이 때로는 유쾌하고 활기차게, 때로는 진지하고 깊이 있게 다가온다. 8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3만원. 14세 이상.
청소년음악극 ‘꿈.꾸.세’
세종대왕(1397∼1450)의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음악극. ‘한글 창제자’로만 알려진 세종대왕이 실은 음악사에 남을 ‘위대한 작곡가’이기도 했음을 조명한 작품이다.
서울시청소년국악단 단원인 인태와 정란은 우연히 세종대왕에 대한 자료를 접하게 되고, 세종대왕이 만든 악기, 악보, 음악 등과 마주하게 된다. 이들은 세종대왕이 충북 초정리에 행궁을 짓고 머물렀던 123일 간의 기록이 그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세종대왕은 그동안 무엇을 했던 것일까.
‘꿈.꾸.세’는 사라진 123일간의 기록에 초점을 맞췄다. 음악과 영상이 공존하는 새로운 형식이다. 서울시청소년국악단 단원들이 무대 위에서 연주도 하고, 영상 속의 ‘배우’로도 출연한다. 영화 ‘용서는 없다’ ‘간기남’의 김형준 감독이 직접 대본과 영상연출을 맡았다. 8월 12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만∼3만원. 8세 이상.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얘들아, 청소년 연극 보러가자… 감동·재미 장난 아니란다
입력 2014-07-22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