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한 누리캅스… 사이버 범죄·괴담 날뛰는데 활동 성과 적어

입력 2014-07-21 02:26

“단원고생 500명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무시험으로 들어간대요. 서울 주요대학도 걔네가 다 차지한다는데요? 우리는 공부 열심히 해도 단원고 애들 못 이겨요.”

최근 온라인에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 학생의 대학 입학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관련한 이 같은 내용의 글이 나돌고 있다. 출처 불명의 이 글은 고교생들 사이에서 큰 동요를 일으키며 빠르게 퍼져 나갔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유언비어다. 정부는 대학들이 ‘정원 외 특별전형’에 단원고에 대한 특례 조항을 만들 수 있도록 법적 근거만 제공해주기로 했다. 일반 수험생들의 입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뿐더러 유가족이 입법을 촉구하는 ‘세월호 특별법’과도 다르다. 대학이 이 법을 수용해야 하는 의무도 없다.

지난 4월 11일에는 한 네이버 블로그에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 놀이터에 시체가 버려져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 일파만파로 퍼지자 경찰청은 관할 노원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 사실 확인을 지시했다. 해당 글은 중학생이 동네에 퍼져있던 소문을 인터넷에 그대로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학생이 허위사실을 유포할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해 무혐의로 수사 종결했다.

사이버 유언비어는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물론 수사기관 인력 낭비도 초래한다. 이를 막기 위해 경찰청은 지난 6월 사이버 범죄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각 경찰서에 지시했다. 그 결과 경찰은 사이버안전국을 신설하는 동시에 사이버 명예경찰인 ‘누리캅스’를 대폭 확대했다. 2007년 도입된 누리캅스는 온라인의 불법·유해정보를 찾아내는 일종의 파파라치로, 인터넷 카페 운영진 등 인터넷 활용 비율이 높은 준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인터넷상의 유해정보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성과는 그리 높지 않았다. 온라인 유언비어는 내용이 점점 체계적으로 변하고 있는 데다 확산 속도도 걷잡을 수 없이 빠르다. 반면 특별한 보상 없이 제한된 인력으로 움직이는 누리캅스는 온라인에서 이슈가 된 뒤에야 이를 인지하는 데 급급했다. 실제 경찰청이 지난 1일부터 2주간 누리캅스 805명과 중앙자살예방모니터링단 73명 등을 대상으로 인터넷 음란물 및 사이버 범죄 신고대회를 진행한 결과 유해정보 3만4204건이 신고됐다. 전체 신고건수 중 음란물이 3만2111건, 자살 관련 정보가 2093건을 차지했을 뿐 유언비어 신고는 한 건도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누리캅스가 신고한 사건 가운데 실제 수사에 착수하는 비율은 연평균 2%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9년 16만4536건이던 사이버 범죄는 2012년 10만8223건으로 줄었으나 지난해 다시 15만5366건으로 급증했다. 2009년 89.4%였던 검거율은 지난해 55.4%로 대폭 감소했다. 2011년부터 2년간 누리캅스로 활동한 서모(30)씨는 “봉사로 하는 일이지만 유언비어 차단 효과를 높이려면 대회기간 외에도 사기를 진작해줄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경 전수민 임지훈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