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행보 교황 8월 방한… 현장 경호맡은 경찰 긴장

입력 2014-07-21 02:48
인천 연수경찰서 관계자가 지난 16일 경찰서 무기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앞두고 거둬들인 개인 소지 총기류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달 14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호를 맡은 경찰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교황의 파격 행보가 국내 방문 기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대중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움직임은 경호 관계자들에게 아찔한 순간일 수 있다.

교황의 파격 행보는 지난해 3월 선출 이후 계속돼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을 방문한 10대 청소년들과 ‘셀카’를 찍고 신도들이 건넨 음료도 선뜻 받아 마셨다. 여성이나 무슬림, 소년원생들의 발을 씻어준 첫 교황이기도 하다. 경찰을 가장 긴장시킨 일화는 지난해 11월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강론 당시 발생한 꼬마 ‘습격’ 사건이었다. 아이가 연단에 오르더니 천연덕스럽게 교황 의자에 앉는 해프닝이 발생한 것이다. 교황은 개의치 않고 강론을 계속했고, 꼬마는 교황의 손을 잡아끌고 옷을 당기며 주변을 맴돌았다. 서울의 한 경찰서 경비담당자는 “신자들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경호를 맡은 입장에서는 아찔한 순간이었을 것”이라며 “교황의 방한 기간 중 돌발적인 대중접촉이 재연된다면 경호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복식(가톨릭에서 성인(聖人)의 전 단계인 복자(福者)로 추대하는 의식)이 열리는 다음 달 1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 35만여명이 운집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광화문에서 서울시청까지 군중이 빽빽이 들어찰 것이라는 의미다. 이 일대는 빌딩 숲으로 뒤덮인 지역이어서 경호에는 최악의 조건이다. 빌딩의 옥상 출입구와 창문 개폐 여부를 일일이 통제해야 한다.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당시에는 정신질환을 가진 대학생이 장난감 딱총을 쏘며 교황이 탄 차로 돌진한 사고도 일어났다. 경찰청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지난 16일부터 교황이 떠나는 다음 달 18일까지 개인이 소지한 공기총과 마취총, 석궁 등 총기류 6만5665정을 압수해 경찰서 등에 임시 보관토록 했다. 또 광화문 일대에는 게이트형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금속류의 반입을 막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는 국가원수에 준하는 최고 등급 경호가 펼쳐질 것”이라며 “구체적인 경호계획은 일급비밀”이라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