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경기도 김포 보궐선거는 유정복 인천시장의 빈자리를 놓고 여당의 '정치 신인'과 야당의 '정치 거물'이 맞대결을 펼치는 지역이다.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는 지역 토박이로 자수성가한 기업인 출신답게 '지역일꾼론'을 주창한다. 반면 노무현정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김두관 후보는 '큰 인물론'을 앞세워 표심을 공략한다.
◇정치 신인의 지역일꾼론=새누리당 홍 후보는 김포에 전혀 연고가 없는 새정치연합 김 후보의 약점을 집중 파고들고 있다. ‘김포 토박이’인 그는 ‘굽네치킨’ 브랜드로 연매출 1000억원대의 프랜차이즈 회사를 키워낸 성공한 기업가다. 김포 지역 기업인들의 장학 모임인 금상회와 김포사랑운동본부 등 각종 지역모임을 이끌며 표밭을 다져왔다.
그는 20일 선거운동용 승합차 안에서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김포에 김 후보가 놀러오기라도 해봤는지 모르겠다”며 “오로지 선거만 이기겠다는 (새정치연합의) 전략공천으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는) 경남도지사를 2년 하시다가 당시 대권을 꿈꾸셨다”면서 김 후보가 당시 도지사직을 중도 사퇴한 뒤 대선에 도전한 사실을 끄집어내 지역일꾼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도 은근히 내비쳤다.
홍 후보는 한강신도시연합회 소속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김포를 가장 잘 알고 있다”면서 지역 일꾼 이미지를 집중 부각시켰다. 김포 신도시의 교통과 교육, 보육시설 문제만큼은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김포는 전 안전행정부 장관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6·4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면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곳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유 시장이 3선을 한 여권 강세지역으로 꼽힌다. 당 자체 조사에서도 초반 판세는 홍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홍 후보는 “큰 실수를 하지 않으면 압승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높은 인지도를 갖춘 김 후보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월 김포시장 선거에선 새정치연합 유영록 후보가 당선되기도 했다. 김포 신도시 개발로 20대와 신혼부부 상당수가 이주해와 야권 지지율을 올렸다는 분석도 있다. 당 지도부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 지난 16일과 18일 잇따라 김포를 찾아와 김 후보에 대해 ‘낙하산 공천’ ‘정치 철새’라며 홍 후보 지지를 적극 호소했다.
홍 후보는 폭염 속에서도 하루 종일 주민들을 찾아다니느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오전 6시 김포시 고촌사거리에서 첫 일정을 시작한 데 이어 조기축구회 회원 등을 만나고 교회를 찾아가 지지를 호소했다. 저녁 일정은 비교적 일찍 마무리하고 다음 날 TV 토론회 준비에 들어갔다.
◇정치 거물의 큰 인물론=김 후보는 홍 후보의 지역일꾼론에 맞서 중앙 정치무대와 광역자치단체장을 거친 큰 인물임을 강조하며 김포 발전의 적임자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는 20일 경기도 김포시 승가로 풍무동성당에서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지역 특성과 굵직굵직한 지역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도·농 행정 경험을 모두 섭렵한 내가 당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도시철도 등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고, 여야와 모두 협의해야 하는 사안을 진행하는 데는 정치 신인보다 큰 인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은 전통적으로 여당 강세 지역이었던 김포의 민심이 이번 선거 들어서 조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계속 새누리당 출신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줘도 지역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반감이 퍼져 있다는 것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낼 때 박근혜정부의 실세로 취급받았지만 이 지역 발전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정서다. 한 주민은 “단물 다 빨아먹고 인천시장 하겠다고 내뺐다. 괘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여야 후보가 참석한 한강신도시연합회 간담회에서 만난 한 주민은 “그동안 여당 의원이 김포 신도시를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느냐”고 강한 반발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신도시로 이주해 온 젊은 유권자들이 얼마나 투표에 참가하느냐에 따라 선거결과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도시의 한 아파트 주민 김모(33·여)씨는 “교통이나 학교 등 신도시의 현안을 제대로 처리해 줄 사람이라면 정당에 관계없이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 측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자 바짝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일단 최대한 주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면서 ‘발로 뛰는 선거운동’에 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반영한 듯 김 후보의 파란 운동화는 김포 특유의 도심과 농촌의 복합된 시가지를 오가느라 먼지로 뿌옇게 덮여 있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공식선거운동 시작 후 1주일 안에 (지지율을) 역전하는 게 목표인데,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고 장담했다.
김 후보는 오후에는 국회 정론관에서 김포 지역 농민단체 대표들과 쌀 관세화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김포=김경택 최승욱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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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21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