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GM의 중형 세단인 ‘말리부 디젤’의 시동꺼짐 현상에 대해 본격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지난 3월 출시된 말리부 디젤은 최근 주행 중 갑자기 시동이 꺼진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한국GM의 다른 차량인 ‘쉐보레 크루즈 디젤’의 시동꺼짐 현상도 조사 중이어서 올해 들어 3000만대에 육박한 미국GM 본사의 리콜 사태가 국내에서도 재현될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0일 “말리부 디젤의 시동꺼짐 현상에 대한 예비조사를 마치고 곧 본조사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에 대한 결함 신고가 접수되면 일반적으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예비조사 뒤 본조사 실시 여부가 정해진다. 본조사에 들어갔다는 것은 국토부가 해당 차량의 결함 가능성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까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 결함신고센터에 접수된 말리부 디젤의 시동꺼짐 관련 신고는 29건이다. 운전자들은 주행 도중 계기판에 엔진과열 경고등이 뜨면서 시동이 꺼졌다고 신고했다. 고속도로에서 속도가 갑자기 줄어 사고가 날 뻔했다는 운전자도 있었다. 말리부 디젤은 3월 이후 2000대 이상 판매됐으며 현재도 판매 중이다.
한국GM은 문제의 원인이 부품 이상이 아닌 소프트웨어 결함이라고 밝혔다. 박해호 한국GM 홍보실 부장은 “매연저감장치(DPF)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자동차가 엔진보호를 위해 경고를 하고 속도를 줄이도록 돼 있는데, 이런 안전모드가 민감하게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또 “저속·단거리 주행이 반복되면 DPF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한국의 주행 패턴을 미처 고려하지 못하고 엔진을 들여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그러나 부품 문제가 아니어서 리콜은 고려하지 않고 무상수리는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리콜을 할지 무상수리를 할지는 조사결과가 나와 봐야 안다”고 반박했다.
한국GM의 준중형 세단인 쉐보레 크루즈 디젤과 이 차의 옛 모델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도 이달 초부터 시동꺼짐으로 정부 조사를 받고 있다. 자동차 결함신고센터에는 두 차와 관련해 모두 37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점화장치 배선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에서 GM의 대량 리콜도 점화장치 결함에 의해 촉발됐다. 미 GM은 이달에도 점화장치 결함이 해결되지 않은 캐딜락 차량의 판매를 중단했다. 한국GM 측은 “크루즈 디젤의 시동꺼짐 현상은 심각하지 않은 편이고, 국내에서 제작된 엔진을 장착해 말리부 디젤과도 문제가 다르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한국GM 대량 리콜 사태 오나… 정부, 말리부 디젤 시동꺼짐 본격 조사나서
입력 2014-07-21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