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푸른 ‘게릴라 정원사들’

입력 2014-07-21 02:03
도심 속 방치된 땅에 꽃과 나무를 심는 ‘게릴라 가드너(guerrilla gardener)’로 활동하고 있는 건국대 학생들이 20일 자신들이 가꾼 건국대 생명과학대학 앞마당 정원 옆에서 활짝 웃고 있다. 건국대 제공

지난 5월 29일 서울 광진구의 한 주상복합빌딩 앞 공터. 하루 전만 해도 텅 비었던 이곳에는 이날 백합, 해바라기, 글라디올러스 등 갖가지 꽃으로 꾸며진 화단이 들어섰다. 도심 공터나 자투리땅 등을 꽃밭으로 바꾸는 ‘게릴라’들이 다녀간 것이다.

꽃밭을 만든 사람들은 인근의 건국대 학생들이었다. 생명환경과학대학 보건환경과학과 및 녹지환경계획학과 학생으로 구성된 ‘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ening)’팀은 서울 건대캠퍼스 안팎의 공터에 해바라기와 백합 등 각종 꽃과 식물을 심어 정원을 만드는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게릴라 가드닝’은 총 대신 꽃으로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취지로 생겨난 사회운동이다. 1970년 미국 뉴욕에서 예술가 리즈 크리스티가 자신과 동료들을 ‘그린 게릴라’라고 부르며 공터의 쓰레기를 치우고 꽃을 심는 활동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건대 ‘게릴라’들은 ‘꽃 심은 데 꽃 난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사람들 발걸음이 뜸한 새벽시간을 활용해 직접 물뿌리개와 모종삽을 들고 다닌다.

팀을 이끌고 있는 김도경(23·여·보건환경과학)씨는 20일 “더럽고 황폐해진 자투리땅을 변신시키고 싶어 뜻이 맞는 학우들과 도심 공터 가꾸기를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활동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학생 5∼6명이 쓰레기로 뒤덮인 지하철2호선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앞 공터를 꽃밭으로 바꿔 보자며 의견을 모았다. 각자 1000∼5000원씩을 모아 꽃을 사고 집에 있는 모종삽을 활용했다. 쓰레기와 담배꽁초로 덮였던 공터는 하루아침에 꽃밭으로 변했다. 이후 다른 학생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게릴라 가드닝에 참여한 학생은 50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이 정성껏 만든 도심 꽃밭은 늘 위협받고 있다. 특히 건대입구역 주변 꽃밭의 가장 큰 적은 취객들이 버린 담배꽁초나 토사물이다. 김씨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시간대에 나타나 공터를 가꾸고 사라지기 때문에 우리의 활동이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며 “다만 애써 만든 꽃밭이 망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게 유일한 소망”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