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남발 국정원, 검찰·법원서 잇단 굴욕… 표창원 상대 명예훼손 소송

입력 2014-07-21 02:46
검찰이 표창원(48) 전 경찰대 교수를 상대로 낸 국가정보원의 명예훼손 고소를 각하 처분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각하는 ‘혐의 없음’ ‘죄가 안 됨’ ‘공소권 없음’ 등 불기소 사유가 명백하거나 수사 필요성이 없을 때 검찰이 사건을 자체 종결하는 절차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현철)는 지난해 1월 표 전 교수가 언론에 기고한 글 등을 문제 삼아 국정원이 낸 명예훼손 고소사건을 지난 2월 각하 처분했다고 20일 밝혔다. 당시 표 전 교수는 “(국정원 위기는) 정치관료가 정보와 예산, 인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거나 국체 첩보 세계에서 조롱거리가 될 정도로 무능화·무력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고소장은 국정원장이 아닌 감찰실장 명의로 제출됐다. 검찰은 그러나 감찰실장이 사실상 국정원의 대리인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무혐의가 명백해 각하했다”며 “국가기관이 명예훼손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판례가 있고 신문칼럼의 내용 역시 사실적시가 아닌 의견표명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대법원이 2011년 ‘광우병 PD수첩’ 사건 상고심에서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판례를 확정한 이후에도 잇달아 명예훼손 관련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해 왔다. 국정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2009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절 민간사찰 의혹을 제기하자 명예훼손으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대법원은 2012년 4월 박 시장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에서 국정원의 패소를 최종 확정했는데, 7개월 뒤 다시 표 전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셈이다. 국정원이 고소를 남발해 기관에 대한 비판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정원 수사관들은 지난해 11월에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최승호 PD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지난해 5월에는 역시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인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6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