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유가족들이 단식 농성에 들어간 지 닷새째인 지난 18일 보수단체인 ‘엄마부대 봉사단’이 농성장에서 보인 행태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들은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가족 단식농성장’ 앞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네요’ ‘유가족들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의사자라니요’ 등 유가족을 비난하는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반대’ 집회를 열었다.
나아가 유가족 단식 농성의 배경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 측이 철수를 요구하자 봉사단 한 여성단원은 “집회를 막으면 휴대전화로 사진 찍어서 다 고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17일에는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몰려와 “세월호 참사는 거짓 폭력”이라며 단식농성장까지 몰려오는 등 최근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한 보수세력의 반대 움직임이 격해지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사안들을 보면서 과연 우리사회에서 보수란 무엇이며 상대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고통을 나누는 공감의 정서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식들을 가슴에 묻는 슬픔을 달래며 마지막 항거 수단인 단식을 통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곳에 떼로 몰려와 실력 행사를 하는 것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인간으로서의 미성숙함 그 자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원통하고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신원(伸寃)할 수 있는 법률적 장치를 만들어 달라는 유가족들의 가슴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다. 더욱이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의사자 인정은 유가족들이 요구한 것도 아니지 않는가.
유가족들의 주장이 못마땅하다면 별도의 반대 집회를 갖거나 국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는 등 독자적인 행동을 하면 된다. 그런데도 굳이 유가족들의 단식농성장에서 마찰이 뻔히 예상되는 집회를 갖는 것은 그들이 오히려 정치적 목적을 띤 것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정부나 유관기관에 ‘우리가 이 정도의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이들의 행동은 이미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에 동참한 국민 350만여명의 의사를 무시한 처사이기도 하다. 보수세력임을 자처하는 이들에게는 자기절제를 스스로에게 강하게 요구하는 참보수의 얼굴도, 타인의 아픔을 함께 느끼는 ‘호모 엠파티쿠스(공감하는 인간)’의 가슴도 없는 듯하다.
오는 24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다. 언제까지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 전반을 짓누르게 놔둬서는 안 된다. 세월호를 둘러싼 이념적 갈등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우리 사회의 고질인 갈등과 분열도 심화되고 있다. 하루빨리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 소모적 갈등을 막아야겠다.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위해 7월 임시국회를 21일부터 한 달간 가동키로 한 만큼 더 이상 ‘네 탓’ 공방을 하지 말고 원만히 처리하기 바란다. 6월 국회에 이어 이번에도 또 무산시킨다면 국민들의 엄중한 질책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사설] 세월호 유가족 단식농성조차 막는 심보라니
입력 2014-07-21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