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불복訴 ‘4심제’ 막아라… 공정위, 관련법 개정안 입법예고

입력 2014-07-21 02:01

‘4심제를 막아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장감시국 등 조사 파트와 제재를 가하는 심판 파트가 한 조직에 있다. 사법부로 치면 기소권을 가진 검찰과 재판권을 가진 법원이 한 수장 밑에 있는 셈이다. 이 구조 아래 과징금 부과 등 공정위 결정은 1심 재판의 효력을 갖는다. 1980년 공정거래법이 제정된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쟁사건 심급구조는 세종시 청사이전을 계기로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 55조는 ‘(공정위 결정에 대한) 불복 소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서울고등법원을 전속관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공정위 소재지가 세종시로 옮기면서 법에 모순이 생겼다. 지난 3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조항에서 불복 소송 전속관할권을 서울고법에서 서울행정법원과 대전지방법원으로 고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모순을 없애는 동시에 서울고법이 아닌 대전지법 등 1심재판부를 지정하면서 ‘공정위 결정(1심)→서울고법→대법원’의 현 구조에 지방법원을 포함시켜 사실상 4심제로 만들자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18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사건처리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방안 마련에 심혈을 기울였다. 공정위는 피심인뿐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사건 자료 열람복사요구권을 신설하고, 재판 격인 심의 절차 개시를 공정위 결정으로 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심의가 시작돼도 피심인은 언제 사건 심의가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20일 “법원 사건처리 절차에 준하게 제도를 보강했다”며 “피심인의 방어권도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정작 모순이 있는 55조는 고치지 않았다. 스스로 논란을 불러일으켜 봐야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세종=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