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532번의 출장… ‘넘버 3’ 골키퍼, 레전드 되다

입력 2014-07-21 02:38 수정 2014-07-21 15:31

18년간 K리그를 지켜온 골키퍼 최은성(43·전북 현대)이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했다.

최은성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축구팬들의 뜨거운 축하 속에 은퇴식을 치렀다. 성실함의 대명사였던 그는 대전 시티즌과 전북에서 통산 532경기에 출전,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배 김병지(44·전남 드래곤스)에 이어 역대 K리그 2위에 이름을 남겼다. 전북은 상무를 6대 0으로 대파하며 그의 은퇴를 기념했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멋진 선방과 함께 무실점을 기록한 그는 "웃으면서 은퇴할 수 있어서 섭섭함보다는 기쁨이 크다"면서 "이런 뜻깊은 자리를 만들어준 전북 구단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아빠 노릇, 남편 노릇을 제대로 못한 저를 오랫동안 묵묵히 기다려준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목이 메이기도 했다.

그는 김병지나 이운재(41·은퇴)처럼 스타 골키퍼는 아니었다. 프로 진출 드래프트 신청 방법조차 몰랐을 정도다. 그는 1997년 신생 구단 대전에서 프로로서 첫 발을 내딛었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모기업의 지원도 부족한데다 선수층도 얇아서 꼴찌를 밥먹듯이 했다. 꼴찌팀의 골키퍼였던 그가 재조명을 받게 된 것은 2002 한일월드컵이다. 그는 김병지와 이운재에 이어 히딩크호의 세 번째 골키퍼로 깜짝 발탁됐다. 대표팀 멤버로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 딱 한 번 나갔을 뿐이지만 그에게 한일월드컵은 자신을 좀더 채찍질하는 계기가 됐다. 한일월드컵 이후 그의 경기당 실점률은 1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2004년과 2005년엔 0점대로 내려갔다.

그런 그에게 대전팬들은 '수호천황'이란 별명을 선물했다. 그가 대전에서 15시즌 동안 출전한 464경기는 이 부문 최고 기록이다. 그러나 구단은 2012년 선수로는 환갑을 넘긴 그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때 손을 내민 곳이 전북이다. 그는 2012년 34경기에서 36실점만 허용하며 부활을 알렸고, 지난해에도 31경기에서 32골밖에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 자신의 경기력이 예전만 하지 않다고 판단한 그는 은퇴를 결정했다.

전북은 그를 위해 성대한 은퇴식을 준비했다. 전북은 이날 경기에서 최은성에게 등번호 532번이 새긴 유니폼을 입도록 했고, 대전 팬들을 홈 응원석에 초대했다. 이날 은퇴식에서 대전 팬들은 특히 눈물을 많이 흘렸으며 최은성을 향해 큰절을 하기도 했다.

행복하게 선수생활을 마치는 그에게도 못내 아쉬운 점이 있다. 끝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전이 놀라운 투혼으로 2001년 FA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 그는 부상 때문에 병원에 있어야 했다. 이제 전북에서 코치로서 새롭게 출발하는 그는 지도자로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길 기대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