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돌아온 ‘케미 커플’…시청률은 ‘울상’

입력 2014-07-21 02:51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2000년대 한류 1세대를 연 드라마 속 커플들이 다시 만났다. 사진 위쪽부터 SBS ‘유혹’의 권상우-최지우 커플,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장혁-장나라 커플, KBS ‘조선총잡이’의 이준기-남상미 커플. 이들 찰떡궁합들이 선보이는 드라마가 10여년 전 인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SBS·MBC·KBS 제공

최근 지상파 미니시리즈는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보인다. 화질은 전에 비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선명해져 배우들의 모공 하나하나까지 보인다. 구도에서도 세련미가 흐른다.

그런데 남녀 주인공들은 어디서 본 듯하다. 브라운관을 장악한 이들이 선택한 장르도 그 시절 ‘영광의 작품’과 같다.

지난 14일 첫 방송된 SBS 드라마 ‘유혹’은 아시아권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천국의 계단’(2003) 이후 11년 만에 다시 만난 권상우(38)-최지우(39)가 호흡을 맞췄다. 당시 ‘천국의 계단’은 ‘사랑은 돌아 오는거야’라는 유행어를 낳으며 평균 시청률 40%를 웃돌았다.

출연했던 배우들도 지난 11년간 승승장구했다. 두 사람과 대립구도에 있었던 김태희(34), 두 사람의 아역을 맡았던 박신혜(24), 백성현(25)까지 모두 주연 자리를 꿰차고 있을 정도다. 당시 정통 사랑이야기를 선보여 여심을 자극했던 것처럼 권상우, 최지우 커플은 이번에도 ‘어른들의 멜로’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MBC 수목극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는 귀여운 러브스토리가 이어진다. 주인공 장혁(38)과 장나라(34)는 SBS ‘명랑소녀 성공기’(2002) 이후 13년 만에 다시 달달한 사랑 연기를 해내고 있다. KBS 월화극 ‘조선 총잡이’는 MBC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2007)에서 느와르 장르 연기를 훌륭히 해냈던 이준기(32)와 남상미(30)의 만남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8년 만에 다시 남상미와 연인 연기에 도전하는 이준기는 촬영이 아주 편해 보인다.

지난달 19일 열린 제작 발표회 현장에서 그는 “남상미와 나 두 사람 다 그동안 내공을 쌓아온 데다 이미 호흡을 맞췄던 전력이 있어서 감정이입이 쉽다”고 말했다. 이준기는 “서로 모르던 남녀 주인공이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려면 워밍업을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20부작 미니시리즈는 워낙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앞서 호흡을 맞춘 상대와 연기하는 것은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시청률은 10년 전 인기와 비교가 안되는 게 사실이다.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9%(10일·이하 닐슨코리아 기준), SBS ‘유혹’은 7.6%(14일), KBS ‘조선총잡이’는 10.5%(10일)을 기록했다. ‘명랑소녀 성공기’의 마지막회 시청률이 41.4%였던 것에 비하면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그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이들 남녀 주인공들의 어깨가 무겁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세 커플은 모두 2000년대 한류 1세대를 이끌었던 장본인들”이라며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과 동시에 국내 팬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켜 다양한 시청층을 TV앞으로 끌고 오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