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경통(萬事炅通).’ 최근 우리 경제의 현안은 최경환(崔炅煥)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통하지 않고는 소위 ‘기사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단 하나 예외가 있다. 쌀 시장 개방 이슈다. 정부는 지난 18일 쌀 시장 개방을 공식 선언했다. 향후 우리 농업과 통상업무, 더 나아가 국가경제의 틀이 바뀌는 중대한 이슈지만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외에 다른 경제부처 장관들은 남의 일 보듯 하고 있다. 최 부총리도 마찬가지다. 그는 쌀 시장 개방 선언 직전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쌀 시장 개방을 확정했다. 그러나 최 부총리 발언을 소개하는 회의 보도자료는 통상 관례와 달리 배포되지 않았다. 반면 기재부는 같은 날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새 경제팀은 지도에 없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최 부총리 발언을 소개했다.
최 부총리는 후보자 지명 이후 지금까지 유독 쌀 시장 개방 문제에 대해서만 침묵하고 있다. 그는 취임 다음날 새벽부터 성남 인력시장을 찾고, 20일에는 인천 남동공단을 방문했다. 다음 주에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경제5단체장을 잇달아 만난다. 그러나 성난 농심(農心)을 달래기 위해 농민단체를 만난다는 계획은 아직 없다.
농식품부를 제외한 경제부처들 행태도 비슷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관세율 공개 여부를 둘러싼 부처 간 협의에서 사전 관세율 공개를 적극 반대했다. 관세율이 공개되면 향후 자신들이 주도해야 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관세율 협상에서 회원국에 불필요한 추가 설명을 해야 한다는 이기적인 이유 때문이다. 기재부는 쌀 시장 개방 기자회견에서 차관이 아닌 은성수 국제경제관리관(1급)을 배석시켰다. 모두 ‘잘해야 본전’인 이 문제에 발을 빼려는 것이다. 쌀 시장 개방은 우리 경제의 중대현안이다. 농식품부 장관이 고군분투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세종=이성규 경제부 기자 zhibago@kmib.co.kr
[현장기자-이성규] ‘만사경통’… 쌀 문제는 예외?
입력 2014-07-21 02:03 수정 2014-07-21 0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