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 지난 18일 오후 6시 대전 동구 동부로 문충사 잔디밭에 마을 주민 200여명이 모였다. 한 앳된 소녀가 청아한 목소리로 자작시를 낭송했다.
“우리는 하나/ 너가 슬픈 일 있으면 내가/ 위로해 줄게 우리는 하나니까/ (중략)/ 몸이 불편한 사람이어도/ 우리는 하나/ 누가 떼어 놓아도 내가 언제나/ 도와줄게 우린/ 하나야.”
시 낭송의 주인공은 이 마을 초등학생 김지우(10)양. 김양은 이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문화영성위원회 후원으로 열린 ‘시가 익어가는 마을(시익마)’에서 아동부 금상을 수상했다. 이 행사는 지역교회, 지역아동센터 등으로 구성된 단체 ‘판암사랑하자!네트워크’가 2011년부터 만든 대전 동구 판암동의 창작시 경연대회다.
이번 행사에는 판암동 주민 150명이 직접 시를 지어 참여했다. 이들은 판암동의 모습, 자신들이 처한 어려움 등을 시로 표현해 전시했다. 주민들은 시를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서로의 생각과 상황을 이해했다. 한 북한이탈주민도 시 낭송을 통해 사회적 편견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주민들에게 전했다.
시 낭송에 이어 판암동 학생들이 만든 ‘리틀 VJ특공대’ 영상이 상영됐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시선으로 판암동 마을의 세세한 이야기들을 영상에 담았다. 축하공연을 한 룰루랄라음악협동조합은 한 학생이 지은 시 ‘어른이 되면’을 노래로 불러 주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행사를 준비한 판암사랑하자!네트워크 위원장 전양식(대전새움교회) 목사는 “주민들이 시를 통해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기쁨”이라며 “교회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교회 밖에서 문화를 통해 지역을 섬기는 선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NCCK 문화영성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판암사랑하자!네트워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시익마를 비롯해 ‘시인학교’ ‘김삿갓캠프’ ‘무예학교’ 등을 열고 있다.
NCCK 관계자는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함께 즐기고 나눌 수 있는 문화적 활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내 고장 7월은 창작詩가 익어가는 시절
입력 2014-07-21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