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래(49)씨는 지난해 8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경기도 김포 한 주물공장에서 일하다 1300도가 넘는 쇳물이 두 눈에 튀었다. 안구 앞쪽은 순식간에 녹아 버렸고, 그는 졸지에 시력을 잃고 말았다.
다행히 안구 뒤쪽 시신경은 무사했다. 각막이식을 받으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대신 이식을 받으려면 화상으로 안구 앞쪽에 눌어붙은 살과 이물질을 제거해야 했다. 무려 12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각막기증자가 언제 나타날지는 기약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 장기이식등록기관인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을 통해 각막기증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증자는 일주일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권완(71·여·강원도 원주제일감리교회) 권사였다. 김씨는 소식을 들은 다음 날 곧바로 서울 강남성심병원에서 상대적으로 상태가 양호한 오른쪽 눈에 각막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최근 강남성심병원에서 만난 김씨는 “현재 웬만한 건 다 식별할 수 있는 상태”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병원에서는 경과가 좋으면 앞으로 3∼4개월 안에 시력을 0.6까지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며칠 전만 해도 내 눈은 못 쓰는 눈이었는데 하나님이 기적을 만드셨다”고 말했다.
“수술이 끝나고 밤 12시쯤 됐을 거예요. 딸아이 부축을 받으며 물을 마시러 복도에 나갔죠. 그런데 어렴풋이 형광등 불빛이 보이는 겁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렸어요.”
김씨는 인천 강화에 있는 화덕감리교회에서 권사 직분을 맡고 있다. 그는 “교회에 꾸준히 다녔지만 지금까지 내 믿음은 제대로 된 믿음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신앙적으로 성숙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사고를 당하고 절망하다 각막이식 수술을 받게 되면서 ‘진짜’ 신앙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김씨가 ‘빛’을 되찾기까지는 화덕감리교회 계인 담임목사의 공도 컸다. 계 목사는 김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생명을나누는사람들에 전했다. 병원에서 만난 계 목사는 “김 권사님을 통해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걸 또다시 느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김씨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기증자 가족을 만나 감사의 뜻을 전할 생각이다. 그는 “기증하신 분에 대한 고마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앞으로는 장기기증 운동을 홍보하는 사역, 내가 체험한 기적을 간증하고 알리는 활동에 힘을 쏟고 싶다”고 밝혔다(생명을나누는사람들 1588-0692).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새 빛 주신 하나님 역사… 진짜 신앙인으로 거듭나”… 각막 기증받아 시력 회복한 김덕래씨
입력 2014-07-21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