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빛 주신 하나님 역사… 진짜 신앙인으로 거듭나”… 각막 기증받아 시력 회복한 김덕래씨

입력 2014-07-21 02:07
지난 11일 서울 강남성심병원에서 만난 김덕래씨(왼쪽)와 계인 화덕감리교회 목사. 각막이식 수술로 시력을 회복한 김씨는 “인생이 끝났다며 좌절했는데 하나님이 기적의 역사를 만드셨다”며 미소를 지었다. 허란 인턴기자

김덕래(49)씨는 지난해 8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경기도 김포 한 주물공장에서 일하다 1300도가 넘는 쇳물이 두 눈에 튀었다. 안구 앞쪽은 순식간에 녹아 버렸고, 그는 졸지에 시력을 잃고 말았다.

다행히 안구 뒤쪽 시신경은 무사했다. 각막이식을 받으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대신 이식을 받으려면 화상으로 안구 앞쪽에 눌어붙은 살과 이물질을 제거해야 했다. 무려 12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각막기증자가 언제 나타날지는 기약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 장기이식등록기관인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을 통해 각막기증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증자는 일주일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권완(71·여·강원도 원주제일감리교회) 권사였다. 김씨는 소식을 들은 다음 날 곧바로 서울 강남성심병원에서 상대적으로 상태가 양호한 오른쪽 눈에 각막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최근 강남성심병원에서 만난 김씨는 “현재 웬만한 건 다 식별할 수 있는 상태”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병원에서는 경과가 좋으면 앞으로 3∼4개월 안에 시력을 0.6까지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며칠 전만 해도 내 눈은 못 쓰는 눈이었는데 하나님이 기적을 만드셨다”고 말했다.

“수술이 끝나고 밤 12시쯤 됐을 거예요. 딸아이 부축을 받으며 물을 마시러 복도에 나갔죠. 그런데 어렴풋이 형광등 불빛이 보이는 겁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렸어요.”

김씨는 인천 강화에 있는 화덕감리교회에서 권사 직분을 맡고 있다. 그는 “교회에 꾸준히 다녔지만 지금까지 내 믿음은 제대로 된 믿음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신앙적으로 성숙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사고를 당하고 절망하다 각막이식 수술을 받게 되면서 ‘진짜’ 신앙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김씨가 ‘빛’을 되찾기까지는 화덕감리교회 계인 담임목사의 공도 컸다. 계 목사는 김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생명을나누는사람들에 전했다. 병원에서 만난 계 목사는 “김 권사님을 통해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걸 또다시 느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김씨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기증자 가족을 만나 감사의 뜻을 전할 생각이다. 그는 “기증하신 분에 대한 고마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앞으로는 장기기증 운동을 홍보하는 사역, 내가 체험한 기적을 간증하고 알리는 활동에 힘을 쏟고 싶다”고 밝혔다(생명을나누는사람들 1588-0692).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