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남혁상] 2기 내각은 네 탓 아닌 내 탓 하길

입력 2014-07-21 02:19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이 지난주 출범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그나마 완전한 내각은 아니다. 애초에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7명 중 2명이 도중 하차했다.

역대 어느 정권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대통령 임기 내에 이뤄지는 개각은 부분 개각이든 조각 수준이든 국정 일신(一新)의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내각의 면모를 일신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당초 구상은 이미 헝클어졌다. 물론 신상털기식, 여론몰이식으로 이뤄지는 인사청문 절차는 문제가 있다.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인식은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절차적 상황을 차치하고 보더라도 박근혜정부가 겪어온 거듭된 인사 실패는 더욱 본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갖고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 1·2년차 시점에 번번이 인사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박근혜정부 출범 1년차와 2년차 중반까지 되돌아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1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장관급 이상 인사 8명이 사퇴했다. 업무 수행 중 불거진 여러 문제로 사퇴한 숫자가 아니다. 지명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취임식에도 서보지 못한 채 낙마한 숫자다.

출범 초기에는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김종훈·김병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사퇴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정부 1기 내각 출범을 한껏 지연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2개월 사이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이어 김명수·정성근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 이유도 다양하다. 병역 논란에 재산 형성, 경력 관리, 논문 표절, 청문회 위증 등등…. 특히 정권 특유의 색깔을 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인사 실패가 끊이지 않고 되풀이되니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2기 내각은 출범했지만 뒤처리도 깔끔하진 않다. 물러나는 장관들에 대한 예우 역시 무척 거칠다. 청와대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이례적인 면직 통보를 했다. 교체되는 장관들이 계속 자리에 있는 모양새가 어색하다는 게 청와대 논리지만 일부러 면직 조치까지 해야 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뒷얘기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과야 어찌됐든, 정권 성향에 꼭 들어맞든 맞지 않든 간에 이런 모습을 보이는 정권에 대해 로열티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다. 과거는 현재의 디딤돌이지만, 미래 역시 중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에게 심기일전의 기회는 마련됐다. ‘불통’ 논란에 휩싸였던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 지도부 회동으로 소통의 첫발은 이미 떼어졌다. 여기에 2기 내각도 박 대통령과 오랜 기간 뜻을 같이해온 중량감 있는 정치인 출신 부총리 체제로 운영된다. 새누리당 새 지도부 역시 2기 내각과 비슷한 시기에 출범했다. 말 그대로 국정 일신의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과 내각의 인식이다. 박 대통령과 내각은 부디 앞으로 국정에 임할 때 ‘네 탓’이 아닌 ‘내 탓’을 먼저 생각하길 바란다. 무한의 책임의식을 가져 달라는 얘기다. 거듭된 인사 실패를 과거의 절차 탓으로 돌리고, 지금까지의 사회적 적폐를 과거 관행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 박근혜정부 2년차도 이제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네 탓’만 하는 마음가짐은 더 이상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시간적 여유도 없다. 레임덕은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

남혁상 정치부 차장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