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檢, 재력가 장부 공개… 지출내역란에 암호 표기

입력 2014-07-19 02:41
김형식 서울시의원의 살인교사 사건 피해자 송모(67)씨의 '매일기록부'(금전출납부)를 검찰이 18일 언론에 공개했다. 이 장부에 등장하는 현직 검사 부분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매일기록부에 이름이 기재된 A부부장검사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송씨가 2006년 7월부터 숨지기 전까지 작성한 매일기록부 일부를 공개했다. 송씨 피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이 직접 장부를 가져와 기재 형식 등을 기자들에게 보여준 뒤 다시 회수해 갔다.

송씨는 이 장부에 매일 지출한 돈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A4 용지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노트 형태인 장부 표지에는 '매일기록부'라고 적혀 있다. 한 달 치 금전 출납 상황이 페이지마다 기재돼 있으며, 각 페이지에는 하루 동안의 지출내역을 깨알 같은 글씨로 적었다. 항목마다 4칸으로 나눠 내용을 기재했다. 첫 칸에는 날짜, 둘째 칸에는 지출내역, 셋째 칸에는 지출총액, 마지막 칸에는 특이사항을 기록했다.

지출내역에는 금액을 먼저 쓰고, 그 아래에 지출명목을 적어뒀다. 예를 들어 100만, ○○○검사를 각각 위아래로 나눠 적는 식이다. A검사는 이런 식으로 장부에 총 10차례 등장하며 금액은 178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송씨는 본인만 식별할 수 있는 암호를 장부에 매일 체크해 뒀다. A, B, C처럼 지출내역란 맨 오른쪽 끝에 알파벳 대문자를 하나씩 표기해 뒀다. 검찰 관계자는 "알파벳 문자가 뭘 의미하는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A검사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아 송씨와의 통화와 문자메시지 분석에 들어갔다. 송씨 피살 이후 유족이 A검사와 연락해 장부 내용 삭제 등을 논의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실제 장부를 고정하기 위해 왼편에 찍힌 스테이플러는 비교적 최근에 찍힌 것처럼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누가 훼손한 뒤 다시 고정한 것처럼 보이는데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중 A검사와 송씨 유족 등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