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환자들은 대부분 다른 병원에서 이미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환자들의 수술에 임하는 자세가 많이 변해서 걱정이다.
그 전에는 진찰 후 암이 맞는다고 확인해주면 대개 가능한 한 빨리 수술해줄 것을 부탁했는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다. “수술을 꼭 해야 하나?” “혹만 떼면 안 되나?” 등과 같이 수술을 안 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 수술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일부 의사들의 그릇된 주장에 휘둘린 탓이라 생각된다. 암을 포함해 갑상선질환을 치료할 때 의사 한 개인의 경험과 생각으로 치료를 하는 것은 옛날식이다. 짧은 지식에 짧은 경험, 몇 편의 편향적 시각이 담긴 논문을 읽고 그것이 전부인양 진료하다보면 좋지 않은 결과를 낳기 쉽다.
갑상선암 환자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편타당성이다. 국가엔 최소한의 금도, 즉 법이 있듯이 갑상선질환 진료에도 제일 좋은 길을 안내하는 ‘진료 가이드라인’(진료지침)이 있다. 말하자면 진료 중 “이럴 때는 어떻게 하지?” 하고 생각이 막힐 때 참고해 볼 수 있는 길잡이와 같은 것이다.
진료지침은 한두 편의 논문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발표된 수많은 연구논문을 심사숙고해서 가장 보편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시간이 지나 더 타당하고 더 발전된 것이 나오면 개정판에 올려 다듬는다. 마치 시대의 변화에 맞춰 법을 개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지침에 따르면 갑상선 암은 깨끗이 절제를 하는 것이, 그것도 경우에 따라선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암이 분명한데도 조기 암인데다 착한 암이라는 이유로 그냥 놔둬도 된다고 황당한 주장을 펴는 이들이 있다. 이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주장이다. 암 환자 진료 시 아무런 학술적 근거도 없이 그냥 본인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비과학적인 태도일 뿐 아니라 세상을 기만하는 행위다.
필자도 수술을 하지 않고 6∼12개월 간격으로 초음파검사 영상을 봐가며 지켜보자는 암 환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암의 크기가 1㎝가 안 되고 주위 림프절도 괜찮고, 피막을 뚫고 나가지 않았으며, 가족력이 없고, 돌연변이 발암 유전자 ‘BRAF’가 없고, 갑상선 속에 단 한 개만 보이고, 나이가 45세 이하로 젊은데다가 기도, 식도, 혈관, 성대신경 등과 가까운 곳에 있지만 않다면 일단 지켜보다가 변화가 보일 때 수술하자고 한다.
이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 환자들은 더 살고 싶다면 싫더라도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건 필자만의 개인 생각이 아니다.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갑상선질환 관련 학회가 제정한 가이드라인이 다 그렇게 돼 있다.
박정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
[헬스 파일] 갑상선암 과잉수술 논란
입력 2014-07-21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