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에 은은한 촛불·향초… 꿀잠 주무세요

입력 2014-07-21 02:26
열대야로 밤잠을 설친 한 직장인이 수면부족으로 업무 중 하품을 하며 피로를 쫓고 있다. 누네안과병원 제공

폭염특보가 나날이 확대되고 불쾌지수도 최고조로 치닫는 요즘. 밤잠을 방해하는 열대야 현상까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밤에도 후덥지근하게 공기로 인해 숙면을 취하지 못해 밤새 고생하는 것은 물론 이튿날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는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우리의 몸은 비상상태가 된다. 눈도 예외가 아니다. 누네안과병원 이소연 원장은 20일 “눈 피로가 누적되면 시력저하는 물론 눈 떨림증(안건경련)과 안구건조증에 걸리게 되고 심한 경우 녹내장이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뜬 눈으로 지새기 쉬운 열대야 속에서 숙면을 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침실 주변을 어둡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불빛이라고 해도 침실 주변이 밝은 상태에서 잠을 청하면 망막에 미세한 상이 맺혀 잠도 잘 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깊게 잠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침실 환경이 밝으면 ‘잠 호르몬’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는 것도 한 원인이다. 잠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 멜라토닌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았다는 신호다. 수면을 촉진하는 멜라토닌은 밤 9시쯤부터 분비되기 시작해 이튿날 아침에 눈으로 햇빛을 감지하면서 급격히 줄어든다. 따라서 오후 9시부터는 침실을 어둡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전등을 끄고 향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지막하게 흔들리는 촛불과 향초가 풍기는 은은한 향을 맡으면 심신이 편안해져 쉽게, 깊이 잠드는데 도움이 된다.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앞당기는 것보다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맞추는 편이 규칙적으로 숙면을 취하는데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잠드는 시간으로 기상시간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기상시간에 의해 잠드는 시간이 정해지도록 설계돼 있다. 숙면을 취하려면 무엇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길들여야 한다.

습하고 더운 날씨 속 열대야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을 켜 놓고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좋지 않은 방법이다. 에어컨이 눈 건강에 좋지 않을 뿐더러 숙면에도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에어컨 같은 냉방기는 실내 온도를 낮추는 것과 동시에 공기를 건조하게 만들어 안구건조증을 유발하기 쉽다. 에어컨은 또한 체내 온도조절 중추를 자극해 더 잠이 오지 않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밤에 에어컨을 가동할 때는 항상 적정온도를 맞춘 후 잠들기 전에 꺼버리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숙면 유도에 도움이 되는 채소, 상추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상추는 여름철 눈 건강 증진은 물론 숙면을 유도하는 데에도 좋은 식품이다. 상추 줄기에는 우윳빛 유액 성분 ‘락투카리움’이 많다. 이 물질은 쓴 맛을 강하게 내면서 진정, 최면, 진해(기침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지녀 열대야로 곤두선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소연 원장은 “상추에는 또한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 루테인뿐만 아니라 베타카로틴, 비타민E 등 항산화 성분도 많이 들어있어 장시간 컴퓨터 작업 등 평소 눈을 혹사하기 쉬운 사람들이 즐겨 먹으면 시력보호에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베타카로틴과 비타민E는 비타민C와 함께 3대 항산화 비타민으로 꼽히며 망막세포를 파괴하는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효과도 발휘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