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토제 ‘에멘드’ 소아 암 환자에게도 유용

입력 2014-07-21 02:12

그동안 성인 암 환자에게만 사용해 온 아프레피탄트(aprepitant) 성분의 항구토제, ‘에멘드’가 소아 암 환자에게도 유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형진(사진) 교수팀은 소아 암 환자에게도 ‘에멘드’를 쓸 수 있는지 알아보는 세계 최초의 무작위 배정 제3상 비교 임상시험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해 연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17일 밝혔다.

강 교수팀은 생후 6개월∼17세 사이의 소아 암 환자 30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비교군(152명)에는 에멘드와 기존의 항구토제인 온단세트론(ondansetron)을, 대조군(150명)에는 온단세트론만을 복용시킨 후 항암치료를 계속 받도록 했다.

그 결과 독한 항암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구토를 하지 않는 환자가 비교군의 경우 두 명중 한 명꼴(51%)에 그쳐 대조군(26%)에 비해 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멘드가 항암 치료 시 구토를 막아준 것이다.

강 교수는 “항암 치료 시 환자들이 겪는 큰 고통 중의 하나가 구역(메스꺼움)과 구토”라며 “이번 연구로 소아 암 환자들도 에멘드를 이용, 항암 치료 중 구토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약사들이 신약을 개발할 때 소아에게 임상시험을 하지 않아, 좋은 약이 개발되어도 소아에겐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왜냐 하면 사회적 약자인 소아에게 임상시험을 하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인식과 함께 제약사들이 환자 수가 적은 소아용 의약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약사가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 연구를 진행할 경우 해당 신약에 대한 특허 기간을 연장해 주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강 교수팀의 이번 연구에 힘입어 에멘드를 만든 제약사 엠에스디(MSD)도 특허기간 연장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연구결과는 세계 암 보존치료 학회 학술지 ‘MASCC’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